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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Mar 22. 2018

입장 차이

0322 (D-6)

입장 차이


운전면허를 서른 살 넘어서 취득했다. 그전까지는 운전을 해야 할 이유도 하고 싶단 생각도 들지 않았었기에 한 번도 운전자 입장에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파란 신호등이 들어오면 깜빡깜빡하더라도 나는 뛰어서 길을 건너면 된다. 차는 무조건 보행자를 보호해야 하는 존재라고 만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운전을 막상 해보니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조명도 키지 않은 채 아슬아슬하게 차도 옆길로 주행하는 자전거, 신호 대기 상태에서 불쑥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 빨간 불로 바뀌었음에도 자신의 핸드폰만 보며 천천히 걸어가는 대학생들. 운전을 할 때면 언제나 조심조심하는 편이긴 하지만 불쑥 불쑥 나타나는 불안요소를 만날 땐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그때 한번 크게 깨달았다. 내가 빨간불 일 때 그들은 길을 건널 수 있고 그들이 빨간 불일 때 내가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입장이 바뀌니 생각이 바뀌는구나를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최근 개인사업 준비를 하고 있어서 이 분야 저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무언가 팔아본 경험도 고객을 응대해본 경험이 없기에 네이버 파트너 스퀘어 센터에서 고객 서비스와 불만 고객 응대 수업을  수업을 들어봤다. (사업자들을 위한 무료 수업을 많이 진행한다) 강사님은 시원시원하게 강의를 잘 진행했고 사업자 입장으로 생각을 해보는 수업이라 배울게 많았다. 하지만 고객의 컴플레인에 대한 응답을 작성할 때 앞에는 경청과 인정을 넣고 중간에는 객관적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라고 설명을 하면서 고객의 문제가 100%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기에 앞부분에 "약을 치는 거다"라고 설명을 했다. 그 순간 대부분 웃었고, 나도 덩달아 웃었다. 하지만 묘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수업은 계속 진행되었고 컴플레인 고객의 유형을 호랑이, 원숭이, 말, 올빼미의 동물에 비유하면서 이런 유형은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니 이렇게 대응하면 된다. 식의 고객 유형 수업이 진행되었다. 

 불만 고객에 대해서 좀 더 빠르게 내가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제시해 주셨고, 이 방법이 고객이 좋으라고 하는 것일까? 아니다 내가 좋기 위해 하는 거다.라며 수업 들으러 온 사업자들에게 재차 강조하셨다. 또 한번 입장 차이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언제나 나는 소비자였고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 생각을 하는 수업을 들으니 컴플레인 고객은 사람을 봐가면서 이런 사람은 이렇게 저런 사람은 저렇게 응대해서 빨리 전화를 끊게 하고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자. 이런 사람은 제대로 처리 안 하면 계속 다른 곳에 악플을 달거나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으니 법적인 절차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LG의 한 고객 서비스 관련 부서 임원은 3년 동안  10명이 넘는 고객을 감옥에 보냈다 하는 식의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비정상적인 고객이 많긴 하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콜센터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이 스트레스와 모멸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일도 벌어진다는 걸 안다. 궁극적으론 고객만족과 회사 이익 증대를 위해 노력하는 행동이겠지만 아직은 내가 소비자 마음이라서 그럴까. 이런 사업자 대상 수업을 들어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안 좋은 게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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