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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Mar 31. 2018

데뷔

0330 (D-14)

데뷔


모 여대 재학 중인 학생에게 메일을 받았다. 재학생들을 위한 '포토샵 원 데이 클래스'를 개최할 예정이니 특강을 해보지 않겠냐는 내용이었다. 세상에 내가 대학생 특강이라니?! 

작년부터 그래픽 강좌 유튜브를 시작했다. 유튜브야 시작한 지 몇 년 되긴 했는데 키즈채널도 해보고 게임채널도 해보고 한때는 유튜브 스타가 되겠어! 야심 차게 생각했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거에 비해서 수익이 너무 적다. 잘 돼서 회사 그만두는 게 목표였는데 돈만 생각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역시 나에게 지속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야는 그래픽 강좌겠다. 생각하고  새로운 채널을 다시 운영하기 시작했다. 3번째 도전이다. 작년 초부터 기획과 고민만 하다가 정식 오픈은 7월에 했는데 연말에 퇴사를 하고 좀 더 본격적으로 해야겠다 생각했지만 퇴사를 하고 시간이 많아진다고 해서 회사 다닐 때 보다 더 많이 열정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많다고 열심히 하는 건 아니구나. 절박함이 있어야 하는구나.를 알게 되었다. 그래도 강좌 올리고 사람들에게 내 지식과 정보를 주고 유익하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 정신적인 만족도는 높다. 자존감도 올라가는 듯! 물론 회사에 영혼 없이 앉아서 한 달을 보내고 받는 돈에 비해선 턱도 없긴 하다. 전업 크리에이터는 아직 무리다.  이것저것 다른 활동도 하면서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 특강을 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고 바로 수락했다. 

 혼자서 준비한 내용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건 하겠는데 사람들을 만나서 직접 교육을 해본 경험이 없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긴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그 대학교가 우리 집과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워서 그 학교라고 말했을 때 무조건 해야겠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간단한 이력서 양식과 강의 계획서를 학교 측에 전달해야 한다. 나와 연락하는 학생은 부담 없이 적으면 된다고 하는데, 나는 처음이잖아. 많이 해보던 일이었으면 모르겠는데.. 모랄까 1일이긴 하지만 강사가 돼보는 건 뭔가 전문적인. 사람 같아 보이기도 하고, 떨린다구.

엄마는 이 소식을 듣고 뜬금없이 너 나중에 그 학교 교수 되는 거 아니야? 하면서 김칫국을.. 
"교수는 아무나 돼? 나 석사도 안 나왔는데. 그리고 정교수 되는 건 하늘의 별따기고 대부분 시간강사고. 그리고 나 교수 싫어."
교수 싫어.에서 게임 끝. 지식과 정보를 알려주는 거 자체는 좋아하지만 교수라는 직업 자체는 나한테 흥미는 없다. 그렇게 대학 다닐 때 교직이수해서 미술 선생님 되라고, 선생님이 최고라고 말하던 엄마였지만 나는 들은 척도 안 했다. 그때도 그랬다.
"나 애들 싫어. 선생님 싫어"
그런데 돌고 돌아 여차여차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지식과 노하우를 알려주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 사주보면 맨날 나보고 선생님 팔자라고 말해서 기분 나빠했었는데. 모르겠다. 이번 특강을 진행해보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

정말 나랑 안 맞는 다 생각할지도, 부족했던 부분이 자꾸 떠올라 보완해야겠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일정도 다행히 맞아서 5월 초에 난 강사 데뷔를 한다! 딱 하루이긴 하지만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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