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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Apr 10. 2018

의식주

0403 (D-18)

의식주

로마에서의 첫날 숙소가 너무 춥다 작은 감옥같이 생긴 이 방은 개인 욕실도 있고 저렴한 편이다. 프론트 직원도 친절하고 다 괜찮은데 추운 게 문제. 다행히 춥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지 내 몸을 전부 감쌀 수 있는 크기의 털북숭이 담요를 옷장 안에서 발견해 그걸 몸에 두르고 잤다. 2층인데 해가 들지 않아서 아침엔 오히려 밖이 더 따듯했다. 드라이기도 없다 그건 생각도 못했는데(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모양의 드라이기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변기 위에 붙어있는 청소기 같은 기기가 드라이기란 사실을 처음엔 몰라서 고생했네)


은 뜨거운 물 찬 물 수도꼭지가 달라서 돌리면서 온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따듯한, 아니 뜨거운 물은 잘 나와서 다행이다
그런데 힘주어 잠가도 물이 졸졸졸 나온다. 고무 버킹이 오래되었나 보다. 밤새 물소리를 들으며 자야 했다 물소리쯤이야 기절하면 안 들리기도 하지.

해외 가서 한국음식 찾고 그러는 사람 아닌데 소시지는 거들떠보기도 싫다 그래서 소시지가 들어있지 않은 치아바타를 하나 먹었는데 어쩜 이리 담백하니 맛있는 거지 토마토랑 상추 두꺼운 치즈 하나 들었을 뿐인데 빵도 먹기 싫었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옷은 잘못 가져간 게 확실하다 낮엔 좀 해가 덥긴 하지만 완전 봄은 아니었다 오후만 돼도 쌀쌀하고 긴팔과 편한 바지를 챙겨 왔어야 한다 스카프나 머플러도 있으면 좋았겠다 싶다

여행 오면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에 들뜨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역시가 의식주라는 생각을 격하게 한다 일부러 오지에 가거나 고생하러 가고 싶진 않다 어느 정도 잘 먹고 잘 쉬고 그런 여행을 꿈꾼다 비록 약간은 불편한 숙소와 추위 때문에 고생이지만 다 추억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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