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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Apr 14. 2018

방광과의 전쟁

0406 (D-21)

방광과의 전쟁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이야. 여행 5일차 이탈리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많이 사라진 상태다 생각보다 소매치기로 보이는 사람은 없다 잡상인과 호객행위 하는 사람은 많아도

여행 내내 나에게 너무나도 중요하고 긴박한 문제는 화장실을 찾아내는 것이다. 다행히 미술관 안에 들어가면 화장실이 있으니 이용을 하지만 길을 돌아다니다 가고 싶으면 이를 어쩌나 최대한 식사도 매장 안에서 하고 화장실을 꼭 다녀온다. 길에서 파니니를 먹는 것조차 화장실 때문에 꺼려지는 이 상황. 1유로를 내고 들어가는 지하철 화장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고 다시는 가고 싶지 않지만 벌써 두 번이나 방문했다. 끔찍해 그곳은 지옥이야

아침 8시에 밖에 나와 메디치 예배당과 아카데미아 미술관, 바르젤로 박물관을 다녀오고 묵은지 맛이 나는 신기한 매운 토마토 스파게티를 먹고 오후에 잡힌 우피치 투어를 기다리는데 또! 화장실이 문제라서 한 식당에 들어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니다 보니 글을 쓰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엉덩이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데 노곤노곤하다 분명히 나는 샤케라토 주문했는데 나오지 않는다. 음료값이 비싸서 그냥 내가 가야 할 때까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단지 난 화장실 때문에 들어온 거니까 하지만 나와버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고 싶으면 샤케라토를 시키란 가이드북을 보고 주문했는데 달짝지근하고 시원하고 부드럽고 일품이구나! 하지만 난 이걸 마시면 또 가야 한다 가고 싶지 않은 그곳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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