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7 (D-22)
메디치가의 피렌체
이탈리아 여행에서 총 3가지의 상품을 예약하고 갔는데 하나는 로마에서의 바티칸 투어, 피렌체에서 야경투어와 우피치 미술관 투어다 첫날 잡힌 야경투어는 너무 피곤하고 저녁으로 주문했던 피자가 늦게 나와서 패스해 버렸다 굿바이 만 오천 원..
알고 보니 우피치 미술관은 회화 작품이 많은 곳이었고 난 이미 내가 보고 싶던 조각들을 열심히 돌아나니며 거의 다 본 상태라 크게 기대하지는 않고 어떤 작품들이 있길래 유명할까 정도로 생각했다. 나는 그림은 조각에 비해 관심이 덜한 편이다
너무 유명해서 보면 모를 리 없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원본이 있었고 또 [봄]이라는 아름다운 작품, 미켈란젤로의 첫 회화라 불리는 작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초기 작품과 라파엘로의 미소년 자화상과 그의 그림들이 있었다. 실물을 보니 디테일과 분위기가 다르긴 다르다. 처음엔 느껴지지 않았는데 가이드님이 유리 있는 거 봐라 진품이다 하시는데 정말 가까이 가서 봐야 그림 앞에 유리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을 보호하는 특수 유리인 듯.
우피치 투어를 해주신 가이드님은 여성분이었는데 공부하러 왔다가 이탈리아에서 25년인가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놀랐다. 그리고 피렌체에 살다니 부러워졌다. 처음에는 살짝 깐깐한 교수님 같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딸도 있다고 하시는 거 보면 남편이 이탈리아 사람일 수 도 있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아름다운 작품들과 피렌체에서 계속 사실 것 같다. 마냥 부러운 마음이 든다. 중간중간 투어가 힘들다고 초콜릿도 주시고 사탕도 주시고 마지막엔 피렌체 맛집 정보까지 알려주시고 친절했다.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가이드님이 알려주신 한식당에서 그날 저녁 엄청 맛있고 매운 제육덮밥을 먹기도 했다.
작품 설명하시는 내내 열정적으로 메디치 가문에 대한 이야기, 작가 개인의 이야기, 작품 이야기를 듣는데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를 쫑긋하고 들었다. 물론 기록에 남은 일들을 전해 듣는 입장이지만 너무 재미있고 문화예술이 찬란하던 그 시절로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아들들은 왕처럼 지내고 딸들은 프랑스 왕자와 결혼시켜 왕비를 만들어 냈던 찬란한 역사의 메디치 가문이 모아놓은 컬렉션을 지금의 내가 감상할 수 있는 이유가 메디치 가문이 쇠하고 마지막 남은 메디치 가문의 여성, 마지막 상속녀가 재산들을 오스트리아?! 에 빼앗기기 전에 걸었던 조건 때문이라고 하니 마음이 짠해졌다.
가이드님의 말씀을 전해 보면 유산들을 빼앗기면서 작품들이 피렌체? 이탈리아? 밖으로 나가지 않는 조건, 그리고 누구라도 볼 수 있게 공개하는 것이었다고 하니 이 여성 덕분에 내가 피렌체에 잘 보존되어 전시되어 있는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단 사실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