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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Apr 18. 2018

35살 미대언니가 혼자 떠난 이탈리아

0413 (D-28)

35살 미대언니가 혼자 떠난 이탈리아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와있다. 저렴하게 이탈리아에 오가려면 환승하는 비행기를 이용해야 했다. 그래도 저렴하게 비행시간 짧은 걸로 잘 예약했다. 스키폴 공항이 이렇게 넓은지 몰랐을 때니까.. 괜히 저렴한 게 아니었다. 엄청 넓은 공항인데 모랄까 프랙탈 같은 구조랄까 계속 가지를 뻗어나가는 무한 탑승구들.. 내가 타는 비행기를 찾으려면 한참을 걸어야 했다. 그래도 숫자만 따라가다 보면 나오니까 길을 잃지는 않았다. 

 이탈리아랑 암스테르담을 이동하는 비행시간은 2시간 정도였는데 2시간 동안 잠을 자기도 애매하고 승무원이 주는 샌드위치 하나랑 커피를 마시고 이탈리아 여행에 대한 글감을 적어 보았다. 이탈리아 여행 일주일쯤 되었을 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단순히 여행자랑, 정보성 블로그 포스팅 만으로는 내 감상을 표현하기 어렵겠구나 생각해서 일반적인 여행 블로그 포스팅은 하고, 글 위주인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에 여행기를 연재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일단 제목을 지어야겠는데 제목 짓는 입장이 되어보니 왜 그렇게 예전에 함께 일했던 방송국 PD들이 제목과 디자인에 몰 그렇게 자꾸 넣으려고 하는가 생각했던 때가 떠올랐다. 내가 그 욕하던 PD 들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처음에 적어 놓은 제목은 [미대 나온 35살 화려한 솔로의 11박 12일 이탈리아 여행기]였다. 우선 여행의 1순위가 미술관의 조각을 보러 간 것이었고 그곳에서 감동을 많이 받았으니 조각품과 그림 이야기가 많을 것 같으니 [미대 나온]을 넣었고 35살의 나이를 넣고 솔로라고 한 부분에서 35살 미혼 여성의 느낌을 전하려 했고, 대학생의 배낭여행과는 여행 느낌이 좀 다를 테니까 넣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넣었다. 또 얼마나 갔다 왔는지 어디를 갔다 왔는지. 왜 제목 맨 뒤에는 또 여행기라는 정직한 단어를 넣었는지.. 일단 생각나는 대로 다 적어보니 너무 길다.

그래서 그다음에 화려한 솔로를 과감히 제거하고 [35살 미대 언니가 혼자 떠난 11박 12일 이탈리아 여행] 이렇게 되었다가 [35살 미대 언니가 혼자 떠난 이탈리아]로 최종 결정하게 되었다. 이거 하나 짓는데 모 그렇게 진지한지. 누가 보면 진짜 책이라도 나오는지 알겠다. 제목은 심플한 게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지어보니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고 다 담고 싶은 마음. 하나라도 빼기 어려운 마음을 이제야 알겠다. 

2시간 비행기 동안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적어보았는데 소제목이라고 해야 하나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니 미술 작품에 관한 이야기와 여행 중에 사람들과 벌어진 에피소드, 문화를 잘 모르는 나라에  갔을 때 느껴지는 생각들을 적어보고 싶다. [텍사스에서 온 하늘이]  이야기와 기차에서 내 자리 뺏어 앉은 [우노 할아버지] 이야기가 하고 싶은데 여행 중엔 못 담았다. 빨리 한국에 돌아가서 이 생각과 열정들이 날아가기 전에 착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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