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4 (D-29)
여독이란 게 무섭구나
13일 3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집에 도착하니 5시가 넘었다. 무사히 여행 완료하고 집에 도착했구나 하는 안도감도 잠시. 무겁디무거운 짐을 풀고 정리했다. 사실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 정리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해외에서 빨래를 한다는 건 나한테 무리였다. 가루 세재를 가져갔지만 양말과 속옷 빠는 데만 쓰고 옷은 그냥 계속 돌려 입었다. 좀 더 편한 바지를 가져갔어야 한다는 후회는 이제 소용없다. 원피스를 많이 가져가서 돌려 입긴 했지만 이탈리아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추웠고, 비도 자주 왔다.
빨랫감을 빨래 망에 넣고 세탁기를 돌렸다. 새 운동화는 꼬질꼬질해져서 따듯한 물에 담가두고 불렸다가 빨 생각이다. 전날 밤 여행 중에 못 봤던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를 보고 컴퓨터에 여행 사진을 옮기고 유튜브 댓글에 일일이 댓글을 남기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늦게 자긴 했지만 너무 늦게 일어났다. 저녁 6시에 일어나다니..
100일 글쓰기 수업에 오기 위해 날짜도 잘 짰지만 자느라 수업도 못 가고 아쉬운 마음뿐. 몸이 천근만근하고 나른하다. 뜨끈한 커피를 내려 마시고 뒤늦게 엄마가 만들어 놓은 김치찌개에 밥을 잔뜩 먹고 뉴스를 보고 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는데 아니 원래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왔는데 몸은 편한데 정신이 편하지 않다. 여행의 짐들과 생각들을 정리하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은 기분이다. 아니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주말은 그냥 마음편히 쉬는걸로 하자! 나는 월요일에 회사를 가지 않자나. 이렇게 팔자좋은 백수가 있을까 싶네. 여행을 다녀와도 출근 생각에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되는 삶. 그래 즐길 수 있을때 맘것 즐기자. 여행에 가서도 다녀와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