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좐느 Apr 20. 2018

존댓말이란 참으로 복잡 미묘한 문제다

0418  (D-33)

존댓말이란 참으로 복잡 미묘한 문제다  


내가 매우 좋아하고 존경하는 상사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지금은 상사라기보다 인생 선배님으로 생각하고 있다. 내가  지금은 그 회사를 그만뒀으니까. 나이는 50대 아저씨고 직급도 높은 어른이라 내가 가깝게 지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는 분인데  이상하게 처음부터 나랑 잘 맞아서 친하게 지냈다. 일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누고 조언도 듣고 그랬던 멘토 같은 분.  간간이 반말을 쓰시긴 하지만 언제나 나에게 존댓말을 해주시는 모습은 내가 나이가 어리고 직급이 낮아도 존중받는 느낌이다. 서로  존댓말을 쓴다 해서 격식 있고 먼 사이가 아니란 느낌은 이 분께 처음 받았다. 

 학창시절  학교 선배에게 존댓말을 써야 한다는 사실은 중1 때 배웠다. 배웠다기보다는 강요당했다는 말이 적합하겠지. 교내 특별활동으로  미술반에 들었는데 중2 언니한테 반말했다가 따로 불려가서 왜 반말 쓰냐고 존댓말 쓰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는 '왜 한 살밖에 안  많은데 존댓말을 써야 하지'라고 생각했다. 존댓말은 어른한테만 쓰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렇게 학교에서 선배에게도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고, 내가 선배가 되었을 때도 존댓말을 듣는 게 당연하게 되었다.

 대학교  과내 분위기는 조금 달랐는데  워낙 장수생이 많은 곳이라 그랬을지 나이로 계산을 했다. 그래서 난 1학년을 입학한 새내기였어도  삼수를 했기 때문에 나보다 일찍 들어온 2학년 3학년 동갑인 선배와도 서로 반말을 하고 지냈다. 처음엔 '그래도 선배인데..'라는  마음으로 어색했지만 또 그 분위기에 금세 적응했다. 나이로 계산하면 편하긴 하다. 물론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서로 나이를  오픈하고 상하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그게 여전히 우리나라의 문화다. 이름과 나이 물어보기.

 우리나라의 존댓말, 반말 이란 것이 참으로 애매해지는 상황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시작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존댓말과 반말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틀어졌다. 사내 분위기에 따라 닉네임이나 이름 뒤에 님을 붙이면서 모든 직원이 서로 존댓말을 하는 곳도 있고 부하직원은 존댓말 상사는 반말인 경우도 있다. 또 상사지만 부하직원에게 존댓말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사회생활에서의 대화는 언제나 존댓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서 나이 상관없이 존댓말을 사용해왔는데 나 또한 친해지면 은근슬쩍  동생들한테는 말을 놓고 그랬다. 그 와중에도 좀 덜 친하거나 거리 두고 싶은 사람은 또 존댓말을 유지했다. 결국 나도 사람  봐가면서 반말, 존댓말을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나에게  존댓말이란 더 이상 나보다 연배가 높은 사람에게 쓰는 말의 의미가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 혹은 거리감 두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다. 초면부터 나이 많다는 이유로 말을 놓는 연장자를 만나거나 서로 존댓말 하는 사이에서 상대방이 습관적으로 반말  존댓말 섞어서 사용하는 경우엔  저 깊은 곳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반말  존댓말 사용법은 아직 나에게 미스터리다. 어디에서 제대로 가르쳐 주는 곳은 없다. 그저 살면서 사회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지만  내 기준과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불쾌감은 법적으로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참으로 복잡 미묘하고 어려운 문제인  듯.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 닭갈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