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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Apr 20. 2018

하기 싫은 일

0419  (D-34)

하기 싫은 일


최근 하기 싫은 일을 맡게 되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몇 년을 하던 일이지만 하기가 싫다.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나는 이 일을 하는 게 내가 다른 어떤 일을 하는 것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며칠만 마음고생하면 백수생활에서 꽤 큰돈을 만질 수 있다. 하지만 하기가 싫다. 작업 시간은 언제나 촉박하게 주어져서 빠른 일처리를 해야 하며 내 기준대로가 아닌 그들의 기준대로 그들 상사의 마음에 맞게 만들어야 하는 작업은 시작을 하기 전에도 스트레스 하면서도 스트레스일 뿐이다.

예전의 나는 안 그랬는데 언제나 이 일을 하면 나의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고 나는 작업적으로 한 단계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일이 끝나면 허무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걸 알게 되었다. 이걸 배웠어. 하면서 자신감과 만족감을 얻으려 노력했다.

마음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 이 일은 단지 돈이 필요해서 여행 가면서 돈을 많이 썼으니 어느 정도 통장 잔고를 채워 놓아야 한다. 적당히 시간 맞춰서 원하는 대로만 해주자.라고 생각해 버리는 순간. 일은 정말 억지로 하는 일이 된다. 생각해보면 나를 어릴 때부터 혼자 키워 온 엄마는 한 번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오지 않았는데 그 딸은 하기 싫은 일은 그렇게도 하기가 싫고 마음을 잡지 못하는 참을성, 근성 없는 딸이 되어있다.

내 마음의 소리를 따라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를 얻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존재한다. 하기 싫은 일을 그만 둘 수 없는 이유가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나도 부모가 되어보면 알 수 있을까. 자식이 있으면 하기 싫은 일도 자식을 위해서 묵묵히 참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여전히 일은 손에 안 잡히고 스트레스만 받고 있는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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