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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Apr 20. 2018

표고버섯의 비밀

0420  (D-35)

표고버섯의 비밀


엄마가 베란다에 표고버섯을 간간이 말리는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냥 말리나 보다 했지 그 표고버섯이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 생각해보면 엄마는 팽이버섯은 김치찌개에 자주 넣고 끓이지만  표고버섯 반찬은 한 번도 해준 적 없다. 표고버섯은 어디로 가는 걸까?

 최근에 엄마가 엄마 친구랑 하는 통화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된 표고버섯의 비밀. 
엄마는 친구에게 빌려준 돈 독촉하는 것 마냥 표고버섯 준다더니 왜 안주냐. 표고버섯이 떨어져서 급하다. 안 보내주면 경동시장 가서 사와야 한다. 모 이런 내용이었다. 뭔가 다급한 느낌. 표고버섯이 뭐라고..
나는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전화를 끊은 엄마가 표고버섯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한다. 표고버섯 말려서 갈아야 하는데 다 떨어져 간다. 친구가 준다더니 소식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만 해도
 
'표고버섯을 갈아서 어디에 쓰길래 갈아야 한다 그러지. 엄마가 베란다에 말리던걸 갈았었나 보구만. ' 여기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줬다. 내가 먹는 거의 모든 음식에 표고버섯 가루를 넣고 있다고 했다. 엄마는 은근 자랑스러워하는 느낌이었다. 
충.격.적.
한 번도 음식에서 버섯 맛을 느끼지 못했는데 내가 먹은 모든 음식에 넣고 있었다니! 

표고버섯은 감칠맛이 나는 구아닐산을 함유하고 있어서 조미료 성분이라고 한다.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있고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비타민 B1과 B2가 풍부하다고 한다. 효능이야 검색해 보고 안 사실이고
궁금해졌다. 언제부터 내가 표고버섯을 먹어 왔던 걸까. 엄마는 언제부터 표고버섯을 갈아왔던 걸까. 집밥이 맛있는 이유는 역시 정성 때문인 건가. 엄마가 천연 조미료로 음식을 만들고 있는지 처음 알았다. 주기적으로 뭔가 신나게 믹서기에 가는 모습을 보긴 했었지. 새우도 갈고 멸치도 갈고, 그런데 버섯까지 갈고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살림을 해봤어야 말이지. 주방은 엄마꺼니까.

저 번거로운 걸 왜 하나 싶으면서도 나도 나중에 내 살림을 하게 되면 엄마를 똑같이 따라 할 것 같다. 표고버섯을 말려서 신나게 갈고 엄마처럼 모든 음식에 넣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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