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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Apr 24. 2018

화려한 솔로

0422 (D-37)

화려한 솔로


초등학교 때 친구들을 만났다. 한동네에서 초중고를 함께 나오고 정말 오래된 친구들이다. 어렸을 때는 매일 보는 친구들이었는데 스무 살이 넘어가고 힘들어지고 서른 살이 넘어가니 만나기가 더더욱 힘들다. 나 빼고 세명 다 결혼을 했고 두 명은 딸이 둘이나 있는 엄마가 되었다. 각자의 생일 즈음 한 번씩은 만나기에 일 년에 공식적으로 4번 볼 수 있는 사이가 돼버린 친구들.
 그중에 두 명은 내가 이탈리아 여행을 가도록 뽐뿌를 격하게 해줬기에 감사의 마음으로 선물도 준비했다. 친구들이 그렇게 격하게 너는 지금 가야만 한다 지금 아니면 언제 가겠냐고 말해주지 않았으면 그저 막연한 생각으로만 그쳤을 이탈리아 여행이다. 

여성들이 이탈리아 피렌체에 가면 꼭 사야 한다는 아이템 산타마리아 노벨라 약국에서 장미수를 하나씩 주려고 샀다. 장미수가 유리병이고 크기도 좀 있어서 내 캐리어가 좁아지고 무거워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여러 개 구입하기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무거워서 잠깐 고민을 했었더랬다. 살 수 있을 때 사야 하는 거지. 하고 충동적으로 카드를 긁었는데 애들이 좋아해서 다행이다. 내가 봐도 장미향이 남다르긴 하다. 이탈리아 장미수 언제 써보겠어...
 
시댁 이야기, 결혼생활 이야기, 자식 이야기 등으로 신난 친구들. 예전에는 내가 공감하지 못할 이야기다.라고 생각했었지만 듣고 있다 보면 드라마 보는 것 같기도 해서 지금은 적응을 했다. 처음에는 친구들의 대화 주제가 바뀌었을 때 당황하기도 했고 거리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우리가 더 이상 HOT 가 가요톱텐에서 1위를 했다. 의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는 거니까.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 대화 주제가 바뀌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지. 나도 언젠가 친구들과 동일하게 결혼생활을 주제로 신나게 이야기할 날이 오려나.

 셋은 유부녀이고 나 혼자 솔로인데 내가 이탈리아 여행을 혼자 갔을 때 나에게 화쏠(화려한 솔로)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화쏠. 좋다. 자유롭게 혼자 여행을 갈 수 있는 화려한 솔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으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건 사실인 것 같다. 나는 어느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데 누군가를 계속 책임지고 보살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기가 힘들다. 아직은 때가 아닌 걸까.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여전히 (화려한?) 솔로 일지도 모르겠다.
 
 한번 이렇게 외국여행을 다녀오니 역시나 여행병이 남아있어서 괜히 다른 나라를 기웃기웃 둘러보게 된다. 러시아에 가보고 싶기도 하고 일본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기도 하고 근질근질해 죽겠다. 언제까지 화쏠로 살게 될지 모르지만 솔로일 때 좀 더 열심히 돌아다니고 즐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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