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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망설여진다면.. 티켓부터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비행기 티켓부터 구입하자. 돈이 별로 없는데, 휴가를 낼 수 있을까, 일이 많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면 절대 떠나지 못할 것이다. 어차피 미래의 일이고 그 미래는 내가 만들어가는 거니까!
물론 그 결정이 쉽지는 않다. 잔잔한 일상에서 파란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이고, 패키지여행이라면 부담이 덜하겠지만 자유여행이라면 준비해야 할 것도 공부해야 할 것도 많아서 일상과 병행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또 여행을 준비하는 스타일도 각기 달라서 정말 하나하나 꼼꼼하게 시간, 장소별로 엑셀파일로 준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대략적인 일정만 짜고 즉흥적으로 여행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즉흥적인 사람들은 성격적인 측면보다는 어느 정도 여행을 많이 다녀서 익숙한 사람들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지역을 여러 번 가봤다든지.
처음 가보는 나라라면 기본적인 지식은 알고 있어야 하니 여행 준비엔 끝이 없다. 맘먹고 공부하려면 여행 가이드 책뿐 아니라 카페 글이던 블로그 글이던 계속 찾아보게 된다.
나도 우발적으로 이탈리아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고, 일정을 짜고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생각해보면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들 때문이었다. 이탈리아 말 하나도 모르는데 괜찮을까. 이탈리아는 소매치기가 많다는데, 여자 혼자 가도 위험하지 않을까. 이탈리아를 먼저 다녀왔던 친한 언니는 보르게세 미술관 근처 공원에서 최근 성폭행 범죄가 일어났다고 그 미술관은 절대 가지 말라고 했다. 거기가 젤! 가고 싶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녀왔다. 그곳이 이탈리아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장 소중 하나가 되었다.
친구들에게 너무 스트레스받는다. 이탈리아 괜히 간다고 했나. 이런 말을 늘어놨지만 막상 이탈리아에 가서는 거품 욕조 사진을 카톡으로 전송하며 너무 좋고, 행복해서 혼자서 실실 웃었다는 말을 적어 보내기도 했다. 유부녀들 배 아프게 만드는 자랑 카톡. 막상 가보면 정말 좋더라. 왜 이제 왔냐 싶을 만큼. 그동안 왜 맨날 버킷리스트가 이탈리아 여행임에도 막연히 신혼여행 때는 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만 하고 있고, 이탈리아는 일주일 이상 휴가를 내야 하는데, 명절 연휴 기간에는 티켓 가격도 엄청 뛰는데, 미리 준비해야 싸다던데 등의 못 가는 이유만 계속 생각하면서 가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마감 날짜가 정해져있으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놀라운 집중력과 초인적인 힘으로 일을 마무리하는 것과 같이, 날짜가 정해지고 티켓을 끊어버리면 정말 어떻게든 상황은 만들어지는 것 같다.
며칠 더 길게 다녀올걸 그랬나. 좀 더 부지런히 다닐걸, 못 가본 곳이 아쉽다는 생각이 크지. 괜히 몇 백 들여서 이탈리아 갔다 왔네 이런 후회는 없다.
이렇게 길게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자고 말한 이유는 내가 또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7월 초에 후쿠오카 가는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다. 여행은 좀 다녔다 생각하지만 최저가로 사는 방법은 잘 모르겠다. 땡처리 이런 것도 잘 모르겠고, 그저 내가 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내가 원하는 일정의 제일 싼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고, 이것이 가장 현명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오사카와 도쿄는 가본적 있는데 후쿠오카는 처음이다. 일본은 치안이나 여러 가지 부분이 다른 나라보다 부담 없는 건 사실이지만 처음 가보는 도시인지라 그 동네에 볼거리가 뭐가 있는지, 어떤 티켓을 미리 준비하면 좋을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후쿠오카 여행 가이드 책을 읽으면서 준비하는 일만 남았다.
이렇게 신나고 설렐 수가.
생의 에너지가 넘친다. 여행지에서의 여행도 너무 즐겁긴 한데 오히려 여행 준비할 때가 여행지에서 보다 설레고 뇌에서도 도파민이 팡팡 분비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