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8 (D-53)
나에게 냄새가 나지 않을까?
예전에 TV에서 봤던 박찬호의 일화가 생각난다. 박찬호가 LA다저스 시절, 야구하는 동료들이 대놓고 박찬호에게 냄새(마늘, 김치)가 난다고 해서 박찬호는 그 후 한국 음식을 일절 먹지 않고 미국인들이 먹는 음식, 치즈를 엄청 먹었다고 한다. 미국 음식을 먹다 보니 몸에서 치즈 향이 날 정도였고, 동료들에게 더 이상 냄새난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라는 이야기를 한 기억이 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서양인들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불쾌한 냄새를 느낀다는 사실을. 반대로 내가 느끼는 외국인들의 냄새는 일반적으로 서양인들에게는 꼬린내, 암내라고 표현하는 냄새가 나고, 인도인에게는 엄청 강한 향신료 냄새가, 동남아 쪽 여행을 가면 그곳 사람들에서도 꼬리꼬리 한 냄새를 느끼곤 했다.
나는 내 코가 개코라고 자칭하곤 한다. 아랫집에서 어떤 반찬 하는지, 오늘 저녁 메뉴는 무엇인지 다 느낄 만큼 민감한 편이다.
대중교통같이 사람 많은 곳에서 간혹 만나게 되는 외국인에게 그러한 냄새를 느꼈더라도 순간은 불쾌하지만 이 사람들이 먹는 게 다르니 어쩔 수 없다. 몸에서 그 사람이 먹은 음식의 냄새가 난다는 게 신기하다.라는 생각만 했었다. 크게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는데 동양인인 내가 혼자 이탈리아에 가게 되었을 때는 그 냄새라는 것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 가서도 나는 딱히 서양인의 냄새를 느끼지는 못했다. 그저 혼자 생각하고 신경을 썼다. 나한테 진짜 마늘냄새가 날까 김치냄새가 나서 불쾌할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다녔다. 특히나 버스나 지하철같이 밀폐된 공간에 들어갔을 때는 누구 하나 모라 하지 않았는데 눈치가 보였다. 남에게 불쾌감은 주고 싶지 않으니까. 냄새란 것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냄새에 민감한 사람 둔감한 사람 다양하지만 왜 그런 생각으로 불편했는지 모르겠다. 나 혼자 동양인이라서 괜한 생각을 한 건가.
더불어 여행 기간 내내 중간중간 비가 왔고, 여행이 지속되면서 캐리어 속의 내 옷들은 요상한 냄새를 풍긴다. 그 꿉꿉하고 쌔한 냄새. 멀쩡한 옷이 왜 캐리어에만 들어가면 그런 냄새를 풍기는지 내가 느낄 정도의 냄새들이 더해지면서 더욱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한국인 냄새를 걱정했다기보단 옷의 냄새를 걱정했다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결론은 해외여행 갈 때 페브리즈나 섬유 향수를 가지고 가야 한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