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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May 10. 2018

거북이동생♡

0510 (D-55)

거북이동생
일광욕을 좋아하는 성북이♡


오늘은 내가 키우는 거북이들 이야기를 하려 한다. 4년 전에 성북천에서 거북이 한 마리를 입양했다. 입양이라고 해야 할까. 거북이 입장에선 납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20여 년간 키운 거북이를 잃어버려 전단지를 동네에 붙였는데 성북천에서 커다란 거북이를 봤다는 연락이 왔다.  성북천을 여러 번 지나면서 거북이가 있는지 확인했는데 정말 있었다. 거북이를 꺼내서 확인해봤는데 내가 찾는 원래짱이 아니었다. 다른 거북이었다. 속상한 마음에 다시 성북천으로 보내주려다가 아이의 눈이 눈병으로 잘 뜨지 못하는 걸 알았다. 한쪽 눈은 아예 감고 있고 다른 쪽 쪽 눈은 조금 뜨긴 했지만 눈병으로 인해 눈에 하얀 막 같은 게 생겨가는 상태였다.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데려왔다. 거북이 눈병은 물이 더러우면 생기는 병으로 알고 있다. 눈병이 심해지면 눈을 뜨지 못하고, 음식을 먹지 못한다. 그렇게 앞도 보지 못하고 굶어 죽어야 한다. 

그렇게 잃어버린 원래짱과 크기도 비슷하고 똑닮은 거북이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원래짱과 똑같은 여자아이였다. 중학교 때쯤인가 원래짱의 눈병을 치료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우선 눈을 뜨게 해줘야겠다 생각했다. 원래짱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이 작용되게도 했다. 약을 사다가 물에 넣어주고 물도 잘 갈아주고 사료를 주고 지켜봤다. 딱 한 달 만에 눈병이 나았는데 정말 심봉사가 심청이 만났을 때처럼 눈을 뜨는 것처럼 내가 거북이를 꺼내서 눈을 보고 있을 때 딱! 하고 두 눈을 떴다. 그날의 기쁨과 슬픔은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이 거북이는 [성북이]라는 이름으로 4년째 나랑 함께 살고 있다.

간혹가다 성북이를 인터넷에 올리면 붉은귀거북이(청거북)는 생태계 교란으로 수입도 키우는 것도 금지된 거북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거북이 나이를 추정해보면 20살이 넘으니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우리나라에 왔을거다. 내가 원래짱을 키우던 당시엔 거북이를 입양하면 대부분 붉은귀거북이였다. 그리고 지금은 금지돼있는 거북이라 이 거북이는 잡히면 무조건 죽이는 상황이다. 뉴스에서도 본 적 있다. 붉은귀거북이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며 사람들이 거북이를 잡아 던져서 죽이고, 그물 같은 곳에 잔뜩 넣어놓은 끔찍한 모습을 말이다. 어린 시절 기억에도 부처님 오신 날이면 거북이들을 하천이나 강에 많이 방생했다. TV에 나오던 장면이다. 아기 거북이를 키우다 크기가 커지면 방생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거북이들은 잘못이 없다. 우리나라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고 방생한 사람들이 무지했던 게 잘못이라면 잘못일까. 죄 없는 생명이 우리나라 생태계와 맞지 않는다고 발견하면 무조건 죽이는 이 상황은 거북이를 오랫동안 키워온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프다. 

 그 당시 거북이를 잃어버리고 계속 울고 슬퍼하니까 엄마가 또 다른 거북이 2마리를 데려왔다. 일반적으로 보석 거북이라 불리는 중국 줄무늬 목 거북이 두 마리였다. 갑자기 동생이 셋이 되었다. 거북이마다 성격이 다르다. 성북이는 성격이 온화하고 착하다. 겁내기 강도는 보통, 중국 거북이라 해서 만두랑 사천이로 불리게 된 거북이들 중 만두는 겁이 없다. 거북이들은 원래 겁이 좀 많은 편인데 정말 겁이 없고, 밥을 가장 많이 먹는다. 4년 사이에 등껍질이 2배 이상은 커진 것 같다. 사천이는 셋 중 가장 작고 겁도 가장 많다. 겁이 많고 예민한 아이다.  

이렇게 거북이 3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데 셋 다 여자아이다. 여동생만 셋이라니.. 거북이들의 1년은 봄에 밥을 엄청나게 먹고  6월 정도가 되면 무정란을 여러 개 낳는다, 겨울이 되면 침대 밑에서 겨울잠을 잔다. 물에 들어가고 싶으면 꼭 화장실 앞에 나와있다. 여러 번 물을 갈아줘야 하는데 어항 관리가 쉽지 않아서 화장실에서 살고 있는 거북이들.. 미안한 마음에 나오고 싶을 때 나오게 해주는 편이다. 거북이들이 방에 나와 있는 걸 좋아한다고 믿는다! 방에 나오면 만두와 사천이는 항상 침대 밑에 들어가 잠을 자는데, 성북이는 꼭 아침 일찍 일어나 물에 들어가서 밥을 먹고 다시 나와 일광욕을 한다. 햇빛이 들어오는 베란다와 다용도실 쪽에 가서 다리와 목을 쭉 피고 햇빛을 받는다. 따사로운 햇볕을 좋아하는 아이다. 밥 먹을 때, 잘 때와 버금가게 내가 사랑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간접적으로 들어오는 햇빛만 받는 성북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거북이 눈도 떴고 건강해졌으니 다시 성북천에 보내줘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는 못하겠다.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성북천에 간다고 평생 안전하고 건강하게 산다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성북이와 평생을 함께 살기로 했다. 사실 4년 전 성북천에서 처음 만난 성북이를 '집에 데려가야겠다'라고 결정하는 순간에 이미 정해진 일일지도 모르겠다. 

 강아지와 고양이에 대한 유기 및 학대 문제도 신경 쓰고 개선해 나가야겠지만 거북이만 25년 넘게 키운 나에게는 거북이 또한 소중한 생명이고 반려동물로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거북이들이 진정 원하는 삶이 어떤 삶인지는 모른다. 위험하더라도 야생으로 가고 싶어 할지. 바깥세상이 궁금할지. 하지만 우리 집에서 함께 사는 삶도 괜찮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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