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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May 15. 2018

글로벌 요리사

0515  (D-60)

글로벌 요리사


 퇴사 6개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당연한 일이겠지. 집에서 먹고, 자고, 놀고, 일하고, 일과 여가가 한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집밥을 먹는 시간도 늘었다.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는 아기 캥거루가 돼버린 나이 든 딸이 지금 내 모습이다.

 가끔 음식을 해 먹기도 하는데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은 엄마와는 다르다. 엄마는 언제나 나물이며 밑반찬을 계절에 맞춰 열심히 만들어 먹지만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은 카레, 파스타, 떡볶이 같은 음식들이다. 오랜만에 나만의 장을 보기로 하고 스윽~ 하고 쓱 어플에 들어갔다. 감바스를 만들어 먹을 생각으로 올리브유도 큰 걸 주문하고 냉동 새우와 통후추를 샀다. 파스타를 만들 요량으로 크림 파스타 소스와 방울토마토, 베이컨, 아스파라거스를 주문했다. 발사믹 소스도 하나 샀다. 내가 구입하는 것들은 죄다 서양 식재료다. 이탈리아 여행의 영향일까 (누가 보면 몇 년 살다 왔는지 알겠다) 집에는 서양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재료가 없다. 엄마는 종편에서 몸에 좋은 만병통치약이라고 하지 않는 이상 평생 아스파라거스를 구입하지는 않을 거다. 아스파라거스 맛있는데.. 그렇게 야금야금 스파게티 면과 바질, 파슬리, 페페론치노 등을 구입하고 있으니 엄마가 가스렌지 밑 공간에 내 식재료 자리를 마련해 줬다. 네 거 여기 넣었다며. 주방은 언제나 "엄마 꺼" 였는데 나의 공간이 조금 생겼다. 작은 플라스틱 바구니만큼이지만.

부침 두부도 한 모 샀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팬에 구운 두부를 좋아한다. 살짝 소금 쳐서 간이 있으면 더욱 좋다. 그런데 엄마는 그냥 구워도 맛있는 두부를 항상 간장에 조려버린다. 그럼 엄청 짜지고 간장맛이 되는데! 그냥 부침 두부가 먹고 싶어서 두부도 하나 샀다. 다른 독립은 하지 못하면서 음식에 있어서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추구하고 있는 딸이다.  

내가 만든 음식은 엄마가 잘 안 먹는다.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해도 엄마 취향은 아닌 것 같다. 엄마 눈엔 내가 만드는 음식이 뭔가 미심 적고 이상한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서 이번 식재료 쇼핑도 오로지 나를 위한 쇼핑이 되었다. 내가 나중에 부모가 된다면 자식에게 어떤 음식을 먹이게 될까. 아마도 글로벌 식단이 되지 않을까! 나만의 주방에서 신나게 요리를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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