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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Aug 05. 2022

#15 너가 다 맞아!

이 안에 너 있다.

    나에게는 두 살 위의 언니가 있다. 언니는 나랑 성향이 많이 다른 편인데, 어릴 때부터 한결같이 사이좋은 자매로 지내오고 있다. 두 살이란 나이 차이는 크지 않지만, 그래도 동년배이면서 동시에 인생선배라는 점에서 꽤나 든든하다. 몇 년 전 한창 진로를 고민할 때에, 언니가 해준 말이 있다.


"너가 다 맞아!"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었다. 내가 너무 징징댔나? 그래서 그냥 대화를 종결하려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그 뒤에 이어진 언니의 이야기.


    "나는 내가 주변에서 평판도 좋고, 해야 하는 일들도 잘 해내는 편이니까 스스로 늘 자신감에 차있고, 자존감이 높은 줄 알았거든? 근데 어느 날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더라.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내가 나한테 물어본 적이 없더라고. 주변에서 잘한다고 하니까, 또 그걸 하고 있고, 결과가 괜찮으니까 그냥 계속했던 거야.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따로 있었는데 말이야.

    그래서 원하는 걸 하려고 시작하니까, 주변의 인정이나 칭찬이 없잖아? 당장은 이렇다 할 결과도 없고. 자신감도 자존감도 엄청 낮아지고... 그래도 내가 나를 믿고 계속 달리는 수밖에 없었어. 계속 달리면 지쳐야 하는데 하고 싶은걸 하니까 마냥 행복한 거야.

    그제야 '아, 내가 맞았구나.' 싶더라고."


    '그래, 너 말이 맞아.'

    너무나 단순한 이 말이 새삼 엄청난 응원과 힘을 가진 말로 다가왔다. 내가 하고 싶은 일, 그걸 누가 알아줄 수 있을까? 아무도 알아줄 수 없다. 나는 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결국 정답은 내 마음 안에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친구가 나에게 이직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내가 언니에게 진로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와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라면 친구의 이야기 중간에 말도 보태고 했을 테지만 그날은 그저 묵묵히 경청했다. 친구가 말하는 이야기들을 다 듣고 나니 이미 마음은 결정이 났는데 다만 스스로 결정을 못 내린 것 같아 보였다. 이야기가 모두 끝난 후에, 이 말을 건넸다.


"친구야, 너가 다 맞아."


    수년 전 유행했던 드라마에 나왔던 명대사가 생각이 난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손을 가져다가 자신의 가슴 위에 얹으며, 말했던 강렬한 한 문장. "이 안에 너 있다." 모든 고민의 답은 결국 각자의 가슴 안에, 마음 안에 있다. 그러니, 당신 말이 다 맞다.



- 파랑 -

정답, 오답을 답안지 보며 쏙쏙 체크하듯 인생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무도 정답을 르는 것이 인생이라, 오늘도 외쳐봅니다. "  맞아!"

열두 번 고쳐도 좋으니 매끄럽게 잘 읽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현재 시계의 눈치를 보며 매일 밤 12시 전에 한 개의 에세이를 브런치에 매일 올리는 '5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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