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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Aug 07. 2022

#17 공무원처럼 쓰세요.

루틴의 힘

    소설을 본격적으로 써보자, 다짐했던 지난겨울. 작업실까지 호기롭게 얻고서는 '고삼처럼 글만 쓰겠다!'라고 생각한 날들이 있었다. 작업실 중앙에 놓은  책상에 아침부터 앉아있었다. 한글을 켜고.. 온통  화면에 어서 타이핑을 시작하라고 재촉하는 듯한 까만색 커서만 깜빡깜빡한다. 그러다 돌연 연습장을 핀다.

'저번에 어디까지 구상했더라? 이 인물에 이런 성격을 추가하자.. 가만. 이 직업은 내가 적은 이게 다인가?'

    그러고는 인터넷을 켜 특정 직업에 대해 검색하다가, 그만 유튜브까지 오고야 말았다. 그러다 알고리즘이라는 파도를 마치 서퍼가 파도를 타듯 신나게 타버리는 것이다. 그럼 밥까지 건너뛰고 오후가 되어있곤 했다. 그제야 늦은 점심을 어제 남은 배달음식으로 대충 먹거나, 새로운 배달음식을 시켜먹거나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머리를 환기시킨다며 읽다만 한국소설을 읽기 시작하고.. 어느새 밖을 보면 깜깜한 밤이 온 세상에 내려앉아있었다. 밤 10시쯤 잘 준비를 하고 씻고 잠자리에 누우면, 그때부터 영감이 받기 시작하는 거다.

'아냐, 자야 해.'

     질끈 감고 자려고 노력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 결국 다시 우당탕탕 계단을 내려가서 잠옷 차림으로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슴푸레 동이 터오는 것을 보고는 피곤을  이기고 기절하듯 잠에  적도 있었다.


새벽녘 작업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니, 언젠가부터 소화도  되고 입에 자꾸  맛이 나는 듯했다. 병명은 역류성 식도염 그리고 위염.  못지않게 건강도 중요한데..라고 생각하며 다른 멋진 작가님들은 어떤 루틴으로 살아가시는지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아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루 루틴이다.


5시 기상
모닝커피
글 쓰기 (소설)
아침 식사
글 쓰기 (소설)
조깅 10km
점심 식사
글 쓰기 (수필 또는 번역)
저녁 식사
9시 취침
위의 것을 무한 루프.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가 된 이후에' 간소하고 규칙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0시 전에 잠들었고, 식사는 채소와 생선을 주로 먹고 매일 10km를 달린다고 한다.


    소설을 쓰는 소설가라면 왠지 모두가 잠든 밤에    같았고, 하루키 같은 다작을 하는 소설가라면 더욱이 매일 밤을 새우며 글을 쓰는  알았다. 하지만 위의 루틴은 너무나 '공무원' 같지 않은가. 언젠가 소설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도 떠올랐다.

"매일 읽고 매일 쓰세요, 공무원처럼요."

    '글쓰기' 하나의 근육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밤에 글을 써 버릇하면 글 근육은 '밤에 움직이기' 생길 것이고, 아침에 글을 써 버릇하면  글 근육은 '아침에 움직이기' 형성될 것이라고.

    위와 같은 사실을 알게  후로 늦어도  12 전에는 글쓰기를 마치고 일찍 자려고 하고 있다. 밤에  생각이 튀어나올 때가 있지만 그럴  누운 채로 메모장을 켜서 휘리릭 메모를 하고 곧장 자곤 한다. '글린이'로서 이제 막 시작점에 선 상태인데 건강을 지키며 길게, 오래오래 읽고 쓰고 싶다.




- 파랑 -

오늘도 밤에 업로드하고 말았지만, 조금씩 시간을 당겨보려 합니다. 쉽진 않겠지만요.

현재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브런치에 매일 올리는 '5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머리를 박박 긁으며 하나씩 '뽑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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