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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Aug 15. 2022

#25 "야, 너 랩 해 봐."

힙합의 기쁨과 슬픔 (1)

    힙합이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중학생 때였다. 소위 말하는 질풍노도의 시절, 빠르게 내뱉는 랩이 마냥 좋았다. 할 말은 못 하고 소심했던 사춘기 시절의 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선과 중학생 때의 짝사랑 또는 풋사랑이 아주 열렬했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온갖 감정을 느끼며 힙합에서 자주 말하는 고독함, 외로움 그리고 짝사랑 그 한가운데 서 있는 듯했다. 비록 그 모든 감정들이 한낱 '중2병'이라는 단어로 묶인다고 해도, 나에겐 내 감정이 너무나 소중했고 유일하게 그런 나를 알아주는 것 같은 힙합의 가사가 좋았었다.

    도서관에 가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다이나믹듀오, 리쌍 등의 가사를 프린트해서 도서관 옥상에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가사를 보며 랩 연습도 무지 많이 했었다. 이랬던 랩 덕후 중학생이 커서 대학생이 되었고, 힙합동아리에 들어가서 유일한 여성 래퍼가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여성 래퍼라곤 윤미래 님 밖에 없었던 시절,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힙합 동아리를 찾았다. 딱 한 군데의 힙합 동아리가 있었는데, 위치를 알아낸 후 찾아간 날이었다. 혼자는 괜히 민망하여 힙합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동기 한 명의 팔짱을 끼고 그곳에 당도하였다. 복도 끝에 위치한 자그마한 동아리방의 문을 열자 희미한 담배냄새와 히터의 꿉꿉함이 훅 끼쳤다. 때마침 휴가 나온 남자 선배가 바닥 장판에 누워있었는데, 쭈뼛쭈뼛 서있는 우리를 보고는 느릿느릿 천천히 일어나더니 '왜, 뭐.'라는 얼굴을 띄고 있었다.

"아, 저, 안녕하세요.. 11학번인데.. 가입하고 싶어서요..."

라고 말하는 날 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툭 던지셨다.


"야, 너 랩 해봐."



( 총 3부작으로 구성된 '힙합의 기쁨과 슬픔'입니다. 2편은 바로 내일 올라옵니다. '쇼미더머니' 오디션에 참가한 일화도 실릴 예정입니다. 저는 합격했을까요, 불합격했을까요?)



- 파랑 -

그 시절 다이나믹 듀오의 '고백'과 '불면증'을 참 좋아했습니다. 오랜만에 들어봐야겠습니다.

매일 과거를 들여다봅니다. 캐냅니다. 쓸만한 건 없는지 고르고 또 고릅니다. 현재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써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5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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