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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Aug 21. 2022

#31 어머니는 스타벅스가 싫다고 하셨어

엄마...?

    나는 스타벅스 덕후이다. 중학생 때부터 학원 건물 1층에 있던 스타벅스를 참새가 방앗간을 드나들듯 드나들었다. 고3 시절에는 편의점 RTD 제품인 스타벅스 에스프레소를 박스로 사서 준비물처럼 책가방에 하나씩 들고 다니기도 했을 정도로 좋아했다. 대학생 시절에는 조별과제나 스터디가 있으면 무조건 스타벅스에서 모였고, 졸업논문을 쓸 때에는 스타벅스에서 살다시피 했었다.

    이렇듯 나의 스타벅스 사랑 역사는 오래되었는데, 엄마는 그렇지 않았다.

    엄마는 밖에 나오면 맥도널드의 1500원 커피를 사 먹는다고 하셨다. 그마저도 돈이 아까워서 집에서 내린 드립 커피를 보온병에 챙겨 공원에서 마시거나, 친구분들과 집에서 마시거나, 친구분의 가게에 가서 마신다고 하셨다.

    얼마 전, 엄마와 함께 스타벅스에 간 적이 있었다. 그냥 고르라고 하면 비싸다고 안 사실게 뻔했기에, "엄마! 저 스타벅스 선불권 선물 받은 거 많아요, 맘에 드는 거 다 고르세요!"라고 말했고 엄마는 실컷 구경을 하시며 싱글벙글 4-5개의 상품을 고르셨다. 10만 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하고, 내가 선물 받은 선불권은 0원이 되었다.

    엄마는 쿨 라임 피지오, 나는 자몽 허니 블랙티에 샷을 추가해서 먹는데 내 음료를 드시더니 너무 맛있다고, "엄마는 몰라서 못 먹어~" 하시는 게 아닌가.

    조용히 화장실을 가는 척 카운터로 가 예쁜 노란색 태양이 그려진 선불카드에 10만 원을 충전해서 엄마에게 선물해드렸다. 카드에는 내가 좋아하는 메뉴들 이름과 사이즈, 샷 추가 등을 적어두었다.


"고마워~

근데 엄마는 스타벅스 비싸서 손 떨려서 못 와~"


   자식에게는 수백, 수천을 아낌없이 쓰시고도, 스타벅스의 4100원짜리 아메리카노는 아까우신 거다.


    엄마에게 드린 카드는 내 계정에 연동을 시켜 자동충전이 되게끔 설정해두었다. 따라서 알림이 나에게 오기도 하는데.


"엥?! 스타벅스에서 5만 원이 결제되었습니다?!"

    알고보니 엄마는 내가 받은 선불권이 0원이 된 것은 모르시고, 본인이 쓰는게 계속 '남에게 선물 받은' 선불권으로 차감되는 줄 아셨던 거다. 아빠가 드실 주스도 10병씩 구매하시고, 커피도 두잔씩 드셨다고.. 그리고 그 모든 돈이 '꽁돈'인줄 아셨던거다. 내 돈인걸 아시고는 이제 안 간다고 하시며 "며칠 행복했다~"라고 웃으며 지나간 헤프닝이었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내열 유리컵 :)


- 파랑 -

오늘 언니를 만나 이 일화를 이야기 나누며 배꼽 빠지게 웃었습니다. 푸흐흐.

매일 골똘히 생각합니다. '오늘은 뭘 쓰지?' 하고요. 현재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써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5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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