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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Aug 20. 2022

#30 '커핑'을 아시나요?

다 같이 '후루룹' 해봅시다!

    요즘은 스페셜티 커피나 원두 선택을 할 수 있는 카페들이 아주 많다.


하지만 수년 전이라면?


    수년 전부터, 매달 신선한 생두를 연구하여 새로운 스페셜티 원두를 2-3가지씩 내놓고, 아메리카노에도 원두를 선택하게 해 준 카페가 있다. 그 카페의 이름은 바로 '빈브라더스 BEAN BROTHERS'이다.

    약 6년 전, 빈브라더스의 '마니아를 찾습니다' 란 글을 보고 당시 신도림 빈브라더스에 출근 도장을 찍던 나는 장문의 답변을 보냈고, 그 후로 마케터 님과 인터뷰도 하고 각종 빈브라더스 행사에 참여도 많이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쭉 빈브라더스 덕후, '빈브로'로 살고 있다.

    지난 금요일, BB레터 구독자 모임에 운 좋게 당첨되어 인천 가좌에 위치한 빈브라더스 로스터리를 다녀왔다. BB레터는 빈브라더스에서 독자적으로 발간하는 메일이다. 커피 농장의 소식부터 온도별 커피 맛, 고추장 맛이 나는 커피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무료로 읽을 수 있다. 에디터 모모님의 톡톡 튀는 글솜씨와 눈이 즐거운 사진이 꽤 긴 메일을 단숨에 읽게 해 준다. (구독 링크는 글 맨 아래에 걸어두었습니다.)

    이번 구독자 모임의 메인은 '커핑'이었다. 커핑은 커피 품질평가를 위한 업계 표준의 방식이며, 모두가 커피의 맛을 보고 소통하는 방법이다. 아래는 커핑의 5단계이다.


1. 커핑 볼에 원두를 핸드드립용으로 갈아서 넣고 1차로 향을 맡으며 평가한다.


2. 뜨거운 물을 붓는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한 번씩 향미를 맡으며 평가한다.


3. 약 4분 경과 후, 위에 떠있는 원두가루들을 깨 준다. 이때 향을 한 번 더 맡기도 한다.
4. 위에 떠 있는 부유물을 깨끗이 걷어준다.
5. 커핑 스푼으로 소량의 커피를 공기와 함께 흡입하여 맛과 향을 평가한다.


    이 날의 커핑은 매우 흥미롭게도 '배전도에 따른 맛, 향 차이'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똑같은 에티오피아 원두를 로스팅 정도(원두를 익힌 정도), 즉 배전도에 따라 나누어 맛보는 것이다. 로스팅 정도는 가볍게 익힌 것에서 오래 익힌 것으로 순서는 Light - Medium Light - Medium - Medium Dark - Dark 였다.


    

    분쇄된 원두는 벌써부터 채도 차이가 상당했다. 사진은 Light와 Dark이다. 한눈에 보아도 차이를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맛 볼 준비가 모두 끝나고, '후루룹'을 할 시간! '슬러핑'이라고 하는 이 행위는, 입술과 윗니, 아랫니를 사용하여 입 안에 커피를 분사하는 방식이다. "쓰읍!" 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후루룹!"하는 소리 같기도 한 이 행위는 입 안 전체에 커피를 고르게 흩뿌리기에 향미와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커핑을 하며 느낀 향미나 맛을 과일 또는 음식으로 뽑아내는 것을 '노트'라고 하는데, 똑같은 커피를 먹고도 구독자 6명이 느낀 맛은 모두 달랐다. Light에서는 누구는 군밤을, 누구는 오렌지주스를 느꼈고, 또 Dark에서는 누구는 복숭아 조림을, 누구는 흑맥주를 떠올렸으니 말이다. 서로 다른 노트들을 공유하며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물음표 가득한 얼굴이 되기도 했다.

    "어떤 배전도의 커피를 최고로 고르시겠어요?"라는 수석연구원 데릭 님의 질문에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에티오피아의 커피는 모든 배전도가 매력적입니다."라는 리드 로스터 케이브의 말을 증명하듯, 모든 배전도에서 고르게 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모여 커핑을 하며 커피를 마시고, 향미를 나누고, '내가 느낀 이 커피는 이렇더라'라고 이야기 나누며 내 안의 '커피 보따리'가 두둑해짐을 느꼈다.

    요즘엔 어느 카페를 가도 스페셜티 커피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작은 원두 봉지를 두어 개 사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홈 커핑'을 해보는 건 어떨까? 청각, 후각이 열릴 뿐 아니라 커피 향 가득한 웃음들도 활짝 열릴 것이다.



* BB레터 구독 링크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12510?groupIds=101837

 



- 파랑 -

작년 이맘때쯤, 매주 일요일에 문을 닫는 단골 카페를 대관하여 드립 커피 수업을 진행했었습니다. 코로나가 심해져 잠정 중단을 한 상태인데, 오랜만에 다시 해보고 싶네요.

커피도, 글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고 싶습니다. 현재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써서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5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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