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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Aug 23. 2022

#33 왜 키우는지 알겠다.

강아지와의 한달살이

    지난 4월, 우도에서 한달살이를 했다. 그때의 시간들은 지금도 마음속에서 보석처럼 반짝거리곤 하는데, 오늘은 그 추억의 커다란 지분을 차지하는 '한우'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우도에는 제주처럼 한달살이 숙소가 흔하지 않아서,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를 무려 한 달치 숙박료를 다 지불하거나, 한 달 단기 임대 방을 알아보아야 했다. 전에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서 우도 토박이 분이시기에 한달살이 숙소의 정보를 얻고자 서울에서 연락을 드렸었다. 사장님의 가족이 살고 계신 집의 방 하나를 내어주실 수 있다고 하셔서 바로 약속을 했고, 짐을 싸서 내려갔다.



    '한우'는 진짜 소고기인 '한우'가 아니라, 놀랍게도 '이름'이다. 열 살이 훌쩍 넘었으므로 인간의 나이로 추정하면 할아버지인 하얀 몰티즈 강아지, 한우. 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고 미리 안내는 받았지만, '이렇게 귀여운' 강아지일 줄은 미처 몰랐다. 원래의 집주인이신 언니가 게스트하우스 공사로 무척이나 바쁘셨기 때문에, 한우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혼자 보내고 있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한우는 내가 가니 첫날부터 마치 아는 사람을 반기듯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었고, 그날부터 우리는 서로의 껌딱지가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따끈하고 하얀 털뭉치가 먼저 보였다. 분명 혼자 잠들었는데, 어느새 침대에는 그 조그만 몸에서 나오는 온기가 가득 느껴졌다. 자면서 몸을 뒤척이는 편이라 혹시나 한우를 다치게 할까 봐 방문이라도 닫고 자는 날에는, 새벽부터 발톱으로 '방문 열어! 열어줘!' 하는 시위에 알람보다 한참 먼저 눈을 뜨기도 했다. 다른 누군가가 그랬다면 인상을 팍 썼겠지만, 방문을 열어주면 마치 자신의 침대인 듯 훌쩍 점프해 내 배게를 베고 눕는 당당한 한우의 모습에 웃음이 나곤 했다. 줄을 채우고 산책을 나오면 얼마나 얌전하고 또 귀여운지! 세상 신난 얼굴로 꽃들의 냄새를 맡고, 우도의 수평선과 빛나는 바다에 어우러지는 한우의 모습이 그림 같았다.



    우도에 마음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한우에게도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평생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 '반려동물'의 의미를 몰랐던 나. 왜 키우는지 너무나 잘 알게 되었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한계가 없는 귀여움, 그리고 넘치는 사랑스러움. 한우는 존재 자체로 선물이 되주었다.




- 파랑 -

한우를 부를 때면 '한우' 보다는 '하누우' 이런 식으로 발음이 되었었는데, 유튜브에서 보니 그런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귀여운 건 강아지인데, 왜 사람의 혀가 짧아지는 건지! 미스터리합니다.

귀여운 건 마구마구 소문내고 싶습니다. 현재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써서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5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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