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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Aug 31. 2022

#41 갈 땐 가더라도, 파티는 하고 가.

깜짝 이벤트 성공기

    지난 토요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가 '쾌청' 그 자체였다. 푸른 하늘을 볼 때마다 한 가지 생각만 내내 머릿속에 가득한 날이었다. 푸른 하늘을 볼 때마다 '날씨도 언니를 축복하네!'라고 생각했다. 절친한 언니가 결혼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언니와는 작년 겨울에 한 그림 강의에서 알게 되었다. 가까운 동네에 살고 같은 화풍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금방 가까워졌고, 그 후에 동네에서 만나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절친으로 거듭났다. MBTI 유형 중 파워 J(계획형)에 속하는 언니는 일찍부터 결혼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림 모임에서 함께 밥을 먹는 날, 언니가 툭 던진 한마디.


"나 친구 별로 없어~"


    이제 막 친해졌지만 언니가 예쁜 옷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고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인 것도! 신부의 결혼 전, 친구들이 다 같이 축하해주는 '브라이덜 샤워'를 꼭 해줘야 할 것만 같은, 내가 해주고 싶은! 사명감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서프라이즈에는 젬병인 나였지만, 이 소중한 언니의 브라이덜 샤워를 깜짝으로 꼭 성공해 내고 말리라, 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림 모임의 다른 친구와 언니 몰래 뒤에서 작당모의를 시작했다. 날짜와 시간을 잡고, 쿵덕쿵덕 계획을 세웠다. 언니에게는 에둘러서 "그날 인생 네 컷 찍자! 예쁘게 하고 오기~"라고 그럴싸한 뻥도 쳤다. 드디어 당일. 언니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웬일인지 맨날 입던 예쁜 옷 말고 평범한 그냥 티셔츠를 입고 온 게 아닌가! 하지만 나의 플랜 B에는 옷 대여도 있었으므로 "오~ 티 예쁘네~"하며 식은땀을 훔쳤다. 그렇게 태연하게 연기하며 미리 예약해둔 브라이덜 샤워 전용 스튜디오로 향했다.


    언니는 그저 다 같이 저녁을 먹는 줄 알았기에, 스튜디오 앞에 도착해서 "다 왔어!" 하니 "오~ 여긴 간판이 없는 건가?" 라며 전혀 눈치를 못 채고 건물의 외관 사진을 찍었다.

    앞장서서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짜잔!"이라고 외치며 온통 흰 천과 꽃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스튜디오의 문을 활짝 열었다.


언니가 인스타에 올린 사진들


    소중한 절친이 그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다들 이 맛에 깜짝 이벤트를 하는구나 싶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았고 되도 않는 연기를 하는 것은 적성에 매우 안 맞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그럴만한' 보람이 있었다.





- 파랑 -

그날 언니는 스튜디오에 구비된 예쁜 드레스를 대여해서 입었고, 2시간 동안 사진만 500장은 찍었습니다.   언니의 예비 남편분께서 고맙다며 저희에게 아주 근사한 밥을 사주셨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마저 적습니다.

현재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써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5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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