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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Sep 02. 2022

#43 박경리 선생님, 죄송합니다.

기도하는 마음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중학생 때 처음 품기 시작했다. 그때는 시에 무척이나 매료되어 하루에 몇 개씩 시를 창작했을 정도인데, 문예창작과 또는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꿈과는 거리가 먼 사범대를 졸업하게 되었다. 20대 내내 교육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도, 서른에 돌연 교육계를 떠났다. 사실 '돌연'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스무 살 때부터 호시탐탐 떠나려고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을 뿐, '떠나고 싶다'와 '쓰고 싶다'란 생각이 응축되다 폭발한 지점이 서른이었던 것이다.


    '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져 내릴 때가 매우 자주 있다. 소설 쓰기 수업을 들어갔는데 나보다 압도적으로 잘 쓰는 습작생의 작품을 읽었을 때, '써야지'생각만 하루 종일 하다가 한 줄도 쓰지 못했을 때, 그리고 '신'이라 불리는 원로 작가의 글을 읽었을 때이다.


    얼마  트위터를 새로 시작했는데, 'ㅇㅇㅇ봇'이라는 계정이  좋다. 그중에서도 '박경리 '이라는 계정이 있는데 대하소설 토지를 쓰신 박경리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나  구절 등이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혼자 알기는 아쉬운 구절  개를 여기 옮겨본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


    잡힐 듯 보일 듯 말 듯한 말을 찾아 헤매는 작가는, 새를 잡으려고 별을 따려고 언덕이며 벌판이며 허방을 달리는 어린아이 같은 존재가 아닐는지. 안타까워하고 초조해하면서, 목말라하고 절망하면서. 그래도 걷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작가이며 또 사람입니다.


    생애에 있어서 변치 않는 것을 찾으세요. 글 써서 돈 벌겠다 생각한다면 장사를 시작할 것이며 글 써서 명예를 얻겠다면 돈 모아서 국회의원으로나 출마하십시오. 명예나 돈이 덧없는 것이라는 걸 깨닫지 못한다면 문학은 첫걸음에서부터 방향이 잘못된 것입니다.


    이론에 연연하면 안 됩니다. 사로잡히면 작품 못 써요. 사는 것을 생각하세요. 끊임없이 사는 모습을, 자연과 모든 생명의 신비를 감지해야 합니다. 넓고 깊게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이 그 속에서 이론이든 이치든 발견하십시오. 남이 간 길을 뒤쫓지 말고요.


    읽으면서 유독 가슴을 후벼 팠던 구절은 두 번째 구절인데, '글 써서 돈 벌겠다 생각한다면 장사를 시작할 것이며' 이 대목이 특히 그랬다.


    '박경리 선생님, 죄송합니다. 저는 교보문고를 갈 때면 베스트셀러에 전시된 책들을 한참을 바라봐요. 마스크 속으로 침을 꼴깍 삼키기도 합니다. 노력과 엉덩이로 그 장편을 써냈다는 것, 그것이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 손을 잡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것, 나아가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것이 참으로 부럽고 또 부럽습니다.'


    언젠가 내가 쓴 책이 그 매대에 올라갈 수 있을까? 어쩌면 이 글도 하나의 흑역사로 남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 파랑 -

처음 생각한 제목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씁니다.'였습니다. 기도는 일반적으로 어떤 신을 믿고 하는 것이지만, 저는 무교입니다. 처음엔 '작가가 되고 싶다 으어어' 했었는데 요즘엔 많이 바뀌었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매일 쓰겠습니다.'라고 되뇝니다.

현재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써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5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딱 일주일 남았습니다. 아좌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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