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마음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중학생 때 처음 품기 시작했다. 그때는 시에 무척이나 매료되어 하루에 몇 개씩 시를 창작했을 정도인데, 문예창작과 또는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꿈과는 거리가 먼 사범대를 졸업하게 되었다. 20대 내내 교육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도, 서른에 돌연 교육계를 떠났다. 사실 '돌연'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스무 살 때부터 호시탐탐 떠나려고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을 뿐, '떠나고 싶다'와 '쓰고 싶다'란 생각이 응축되다 폭발한 지점이 서른이었던 것이다.
'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져 내릴 때가 매우 자주 있다. 소설 쓰기 수업을 들어갔는데 나보다 압도적으로 잘 쓰는 습작생의 작품을 읽었을 때, '써야지'생각만 하루 종일 하다가 한 줄도 쓰지 못했을 때, 그리고 '신'이라 불리는 원로 작가의 글을 읽었을 때이다.
얼마 전 트위터를 새로 시작했는데, 'ㅇㅇㅇ봇'이라는 계정이 참 좋다. 그중에서도 '박경리 봇'이라는 계정이 있는데 대하소설 토지를 쓰신 박경리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나 책 구절 등이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혼자 알기는 아쉬운 구절 몇 개를 여기 옮겨본다.
잡힐 듯 보일 듯 말 듯한 말을 찾아 헤매는 작가는, 새를 잡으려고 별을 따려고 언덕이며 벌판이며 허방을 달리는 어린아이 같은 존재가 아닐는지. 안타까워하고 초조해하면서, 목말라하고 절망하면서. 그래도 걷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작가이며 또 사람입니다.
생애에 있어서 변치 않는 것을 찾으세요. 글 써서 돈 벌겠다 생각한다면 장사를 시작할 것이며 글 써서 명예를 얻겠다면 돈 모아서 국회의원으로나 출마하십시오. 명예나 돈이 덧없는 것이라는 걸 깨닫지 못한다면 문학은 첫걸음에서부터 방향이 잘못된 것입니다.
이론에 연연하면 안 됩니다. 사로잡히면 작품 못 써요. 사는 것을 생각하세요. 끊임없이 사는 모습을, 자연과 모든 생명의 신비를 감지해야 합니다. 넓고 깊게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이 그 속에서 이론이든 이치든 발견하십시오. 남이 간 길을 뒤쫓지 말고요.
읽으면서 유독 가슴을 후벼 팠던 구절은 두 번째 구절인데, '글 써서 돈 벌겠다 생각한다면 장사를 시작할 것이며' 이 대목이 특히 그랬다.
'박경리 선생님, 죄송합니다. 저는 교보문고를 갈 때면 베스트셀러에 전시된 책들을 한참을 바라봐요. 마스크 속으로 침을 꼴깍 삼키기도 합니다. 노력과 엉덩이로 그 장편을 써냈다는 것, 그것이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 손을 잡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것, 나아가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것이 참으로 부럽고 또 부럽습니다.'
언젠가 내가 쓴 책이 그 매대에 올라갈 수 있을까? 어쩌면 이 글도 하나의 흑역사로 남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 파랑 -
처음 생각한 제목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씁니다.'였습니다. 기도는 일반적으로 어떤 신을 믿고 하는 것이지만, 저는 무교입니다. 처음엔 '작가가 되고 싶다 으어어' 했었는데 요즘엔 많이 바뀌었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매일 쓰겠습니다.'라고 되뇝니다.
현재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써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5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딱 일주일 남았습니다. 아좌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