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렇게 될 줄은!
아. 서른 하나에도 기상 시간을 위해 인증방에 가입하는 인생이라니.
하지만 그 인증방 가입이 나에게 이렇게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줄은,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네이버 밴드에서 일찍 일어나고자 하는 많은 '모닝 인증방' 중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미라클 모닝' 타이틀을 단 방들이 참 많았다. 그중 눈에 띈 게 있었으니, 이름하야 '저스트 모닝'방. 꼭두새벽은 바라지도 않고, 오전 9시 이전에 일어나서 인증을 하자는 이 방의 취지가 내 마음에 콕 와닿았다.
그렇게 오픈 카톡에 들어가서 인사도 나누고, 매일 기상 인증을 진행하던 차에 누군가는 슬금슬금 고민 상담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현재 썸이 진행 중인데 어떤 옷을 입고 나가면 좋을지 등등.. 소소한 일상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다.
방장님을 필두로 현재 나 포함 총 7명의 인원이 다들 알아주는 '오지라퍼'였을 줄이야. 우리는 어느새 각자의 일상을 섬세하게 기억해주고, 프로 감정 공감러로써 슬픔도 기쁨도 함께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1월에 시작된 '저스트 모닝'방이 점점 다양한 수다를 곁들인 멀티방이 되었다. 일상 공유, 고민 상담, 책 추천, 운동 추천 등등.. 누가 기상 인증방 아니랄까 봐 다방면에 걸쳐진 각 멤버들의 자기 계발 노하우들과 온갖 책, 영화, 전시회 추천들이 넘쳐나게 되었다.
1월에 시작하여 반년 넘게 꾸준히 지속된 우리는, 드디어 지난주에 처음으로 다 같이 얼굴을 보게 되었다. 추운 겨울에 시작한 저스트 모닝이, 가을날의 '찐친' (찐한 친구)가 된 것이다. 얼굴을 보니 괜스레 웃음도 나고, 어디서 이렇게 좋은 인연이 나타났을까, 싶기도 하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입을 모아 말했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 파랑 -
정모를 할 줄은 몰랐습니다, 기상 인증방에서 말이죠. 실제로 만나니 더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소중한 인연이 쭈욱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현재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써서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5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고지가 코앞입니다. 4일 남았습니다,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