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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Sep 16. 2022

#57 어른에게도 '만들기 시간'이 필요하다

토이 쿠키 만들기

    

    여느 때처럼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에, 흥미로운 제품을 하나 발견했다.



'먹는 장난감 토이 쿠키 만들기'.


    색색깔의 예쁜 쿠키 반죽이 들어있고, 원하는 모양대로 만드는 제품이었다. 물론 어린이를 겨냥해 나온 상품이었지만, 내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그대로 구매해서 냉동실에 넣어놓고, 휴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구매하고 정확히 일주일이 지난 어느 주말, 드디어 시간을 내서 쿠키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등등. 색색깔의 쿠키 반죽이 내 마음을 설레게 해 주었다. 적당히 부드럽고 살짝 차가운 쿠키 반죽을 주무르니 손은 금세 기름기가 묻어 번들번들해졌다.



    당시에 막 처음 해본 공차기에 빠져있었으므로 공을 차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에어프라이어용 쿠킹 호일을 채우기 시작했다. 만들기 실력이 뛰어난 건 아니었지만, 손으로 반죽을 굴리기도 하고 누르기도 하고 장난도 쳤다. 그렇게 완성한 쿠키를 에어프라이어에 돌리니 고소하고 달콤한 향이 온 집을 채우기 시작했다.



    다 구워진 쿠키는 어쩐 일인지 굽기 전보다 색깔도 옅어지고 크기도 조금 퍼져서 나왔다. 똑 떼어먹어보니 달달한 맛이 딱 버터쿠키 맛이었다. 상자에 써져있던 칼로리를 보고는 깜짝 놀라버렸지만, 쿠키 만들기 자체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른이 되고 손으로 만지는 것들은 전부 거칠었다. 늘 손 끝에 닿는 건 딱딱한 키보드, 가끔 볼펜 또는 연필, 셀 수 없이 많은 A4 용지들.. 이 중에서 부드러운 것이 있었나? 말랑한 것이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없었다. 초등학생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만들기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파랑 -

쿠키의 칼로리는 후덜덜했지만, 조물 조물 만드는 기쁨이 매우 컸습니다. 글을 쓰니 또 하고 싶어 지네요!

현재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써서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10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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