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쿠키 만들기
여느 때처럼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에, 흥미로운 제품을 하나 발견했다.
'먹는 장난감 토이 쿠키 만들기'.
색색깔의 예쁜 쿠키 반죽이 들어있고, 원하는 모양대로 만드는 제품이었다. 물론 어린이를 겨냥해 나온 상품이었지만, 내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그대로 구매해서 냉동실에 넣어놓고, 휴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구매하고 정확히 일주일이 지난 어느 주말, 드디어 시간을 내서 쿠키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등등. 색색깔의 쿠키 반죽이 내 마음을 설레게 해 주었다. 적당히 부드럽고 살짝 차가운 쿠키 반죽을 주무르니 손은 금세 기름기가 묻어 번들번들해졌다.
당시에 막 처음 해본 공차기에 빠져있었으므로 공을 차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에어프라이어용 쿠킹 호일을 채우기 시작했다. 만들기 실력이 뛰어난 건 아니었지만, 손으로 반죽을 굴리기도 하고 누르기도 하고 장난도 쳤다. 그렇게 완성한 쿠키를 에어프라이어에 돌리니 고소하고 달콤한 향이 온 집을 채우기 시작했다.
다 구워진 쿠키는 어쩐 일인지 굽기 전보다 색깔도 옅어지고 크기도 조금 퍼져서 나왔다. 똑 떼어먹어보니 달달한 맛이 딱 버터쿠키 맛이었다. 상자에 써져있던 칼로리를 보고는 깜짝 놀라버렸지만, 쿠키 만들기 자체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른이 되고 손으로 만지는 것들은 전부 거칠었다. 늘 손 끝에 닿는 건 딱딱한 키보드, 가끔 볼펜 또는 연필, 셀 수 없이 많은 A4 용지들.. 이 중에서 부드러운 것이 있었나? 말랑한 것이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없었다. 초등학생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만들기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파랑 -
쿠키의 칼로리는 후덜덜했지만, 조물 조물 만드는 기쁨이 매우 컸습니다. 글을 쓰니 또 하고 싶어 지네요!
현재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써서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10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