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것'의 정의
50일 챌린지가 끝나고, 소중한 가족으로부터 챌린지 성공을 축하한다며 금일봉을 받았다. 눈여겨보던 핸드폰 가방(핸드폰과 카드만 넣을 수 있는 작은 가방)이 있었고, 내 돈을 조금만 보태면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가방을 포기하고 다른 걸 샀다. 싱크대 한편에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는 휘슬러 압력밥솥이다.
독립을 하고 본가에서 훔쳐온 전기밥솥으로 처음에는 밥을 잘해 먹었었다. 쉬는 날 넉넉히 밥을 해서 냉동실에 얼려두면 언제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따듯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이 점점 바빠지면서 비상용으로 사둔 즉석밥은 어느새 주식이 되어있었다. 세상에서 이보다 혁신적인 발명품은 없다고 생각했다. 흰 밥, 현미밥, 다이어트용 곤약밥 등등. 내가 하는 수고라고는 클릭 몇 번으로 즉석밥 24개들이 박스를 사는 것. 그리고 전자레인지에 몇 분 돌리면 끝! 그렇게 즉석밥을 먹고 산지도 1년이 넘었다.
이사를 온 후로, 이웃분들을 오며 가며 보았다. 그중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건강한 노년을 보내시는 분들이었다. 웬만한 청년들보다 옷을 잘 입으신 할머니, 깔끔한 셔츠를 바지에 넣어 입으시고 곧은 자세로 걸어가시는 할아버지... 그분들을 보며 내 안에서 새로운 물음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잘 사는 것'에 대해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사는 것, 물건을 사는 'buy'의 개념 외에도 인생을 살아가는 'live'의 개념도 말이다. 맛있는 것도, 아름다운 것도 좋아하는 성격의 소유자로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많은 물건들을 소유하고 살고 있다. 그중 진짜로 쓰는 물건은 10%도 안 되었다. 그런 나에게 또 하나의 가방이 정말 필요한 것일까.
가방을 과감히 포기하고, 휘슬러 압력밥솥을 샀다. 쌀만 미리 불려두면 10분이면 완성되는 압력밥솥. 다시금 내가 먹는 밥상과 삶의 태도를 점검하면서, 그렇게 한 발 한 발 천천히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해본다.
- 파랑 -
건강하게 살고 싶습니다. 허리가 곧고 인상이 밝은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현재 매일 한 개의 글을 써서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10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 혹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봐 조금의 말을 덧붙입니다. 명품백은 제가 갖고 싶었던 '물건'에 대한 개념이며, 명품백 전체에 대한 일반화가 아닙니다. 저에게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보다 밥솥을 사서 직접 밥을 해 먹는 것이 현재 시점에 알맞았다는 이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