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랑 Sep 28. 2022

명품백을 포기하고 압력밥솥을 샀다

'잘 사는 것'의 정의


    50일 챌린지가 끝나고, 소중한 가족으로부터 챌린지 성공을 축하한다며 금일봉을 받았다. 눈여겨보던 핸드폰 가방(핸드폰과 카드만 넣을 수 있는 작은 가방)이 있었고, 내 돈을 조금만 보태면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가방을 포기하고 다른 걸 샀다. 싱크대 한편에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는 휘슬러 압력밥솥이다.


휘슬러 압력솥 세트

    

    독립을 하고 본가에서 훔쳐온 전기밥솥으로 처음에는 밥을 잘해 먹었었다. 쉬는 날 넉넉히 밥을 해서 냉동실에 얼려두면 언제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따듯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이 점점 바빠지면서 비상용으로 사둔 즉석밥은 어느새 주식이 되어있었다. 세상에서 이보다 혁신적인 발명품은 없다고 생각했다. 흰 밥, 현미밥, 다이어트용 곤약밥 등등. 내가 하는 수고라고는 클릭 몇 번으로 즉석밥 24개들이 박스를 사는 것. 그리고 전자레인지에 몇 분 돌리면 끝! 그렇게 즉석밥을 먹고 산지도 1년이 넘었다.


자주 사먹던 오뚜기밥 찰현미


    이사를 온 후로, 이웃분들을 오며 가며 보았다. 그중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건강한 노년을 보내시는 분들이었다. 웬만한 청년들보다 옷을 잘 입으신 할머니, 깔끔한 셔츠를 바지에 넣어 입으시고 곧은 자세로 걸어가시는 할아버지... 그분들을 보며 내 안에서 새로운 물음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잘 사는 것'에 대해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사는 것, 물건을 사는 'buy'의 개념 외에도 인생을 살아가는 'live'의 개념도 말이다. 맛있는 것도, 아름다운 것도 좋아하는 성격의 소유자로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많은 물건들을 소유하고 살고 있다. 그중 진짜로 쓰는 물건은 10%도 안 되었다. 그런 나에게 또 하나의 가방이 정말 필요한 것일까.


    가방을 과감히 포기하고, 휘슬러 압력밥솥을 샀다. 쌀만 미리 불려두면 10분이면 완성되는 압력밥솥. 다시금 내가 먹는 밥상과 삶의 태도를 점검하면서, 그렇게 한 발 한 발 천천히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해본다.


휘슬러로 처음 지은 밥 :)




- 파랑 -

건강하게 살고 싶습니다. 허리가 곧고 인상이 밝은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현재 매일  개의 글을 써서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100 챌린지' 하고 있습니다.




*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조금의 말을 덧붙입니다. 명품백은 제가 갖고 싶었던 '물건' 대한 개념이며, 명품백 전체에 대한 일반화가 아닙니다. 저에게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보다 밥솥을 사서 직접 밥을  먹는 것이 현재 시점에 알맞았다는 이야기입니다. ^^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