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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Nov 19. 2021

오늘도 이상 무!

무 밥

    요 며칠 부쩍 쌀쌀하다. 시린 코 끝에 추운 계절이 왔음을 느낀다. 자연스레 뜨끈한 밥과 국이 간절해지는데, 밥 한 번 차려내기가 뭐가 이렇게 힘든 건지.


    지친 하루 끝에 최선의 선택지는 배달 아니면 편의점이다.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한참을 살펴보다 빈손으로 나오고, 배달 어플을 한 시간째 들여다봐도 답이 안 나올 때. 입맛도 없고, 화려한 요리를 하기에는 도저히 기운이 나지 않을 때. 간단하고 근사한 '밥'을 소개한다.


    이름하야 '오늘도 이상 무! 무밥!'



1. 무는 떡볶이 떡처럼 숭덩숭덩 썬다. 밥과 함께 푸욱 익을 예정이므로 무 본연의 맛을 즐기려면 조금 두껍게 썰어도 좋다.

2. 들기름을 넣고 달달달 볶는다. 딱딱하고 하얗던 무가 보돌보돌하고 살짝 투명해질 때까지. 건새우가루를 첨가해서 감칠맛을 더해주고, 기호에 따라 소금을 넣어도 좋다.

3. 미리 불려둔 쌀에, 무에서 나올 수분을 감안해서 평소 밥물 양의 3분의 2 정도만 넣는다.

4. 취사 버튼만 누르면 끝!

5. 양념장을 얹어서 맛있게 먹는다.



    치익 칙 폭-.

    취사가 끝났다는 세상 반가운 소리가 들리고, 밥솥의 김이 빠지면 서둘러 뚜껑을 연다. 밥 위에 소복이 얹어진 달큰하고 부드러운 무가 꼭 두툼한 솜이불 같다. 주걱을 푹 넣어 위아래 잘 섞어주고 뚜껑을 닫고 조금만 더 기다린다.


    기다리면서 양념장 만들기 실시! 간장, 식초, 참기름, 통깨, 파, 기호껏 맛있게 만든다. 넉넉한 비빔 그릇에 무밥을 양껏 담고 양념장을 올려서 슥슥 비빈다.

    

    방금 한 찰진 밥에 꼬소하고 달달한 무가 혀에 착착 감긴다. 짭쪼롬 양념장 얹은 따끈한 무밥.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한 그릇 든든히 먹고 나면 오늘도 잘 살아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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