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랑 Jul 29. 2022

밥 짓다가 글 짓기

양배추 버섯 카레

    나는 야채를 매우 좋아한다. 위장이 타고나기를 예민한 것도 있지만, 야채의 다양한 식감과 맛이 참 좋다. 나에게 고기의 맛은 범위가 크지 않다. 소고기도 맛있고 돼지고기도 맛있지만 이런 소는 이런 맛이고, 저런 돼지는 저런 맛이다, 라는걸 크게 못 느끼겠다. 다 같은 고기 맛이다. 그런데 야채는 다르다. 당근은 매우 딱딱하고 씹을 때 아작아작 거림을 느낄 수 있고, 계속 씹다 보면 입에 섬유질이 남을 정도로 질기지만 동시에 달짝지근한 수분감과 뒷맛을 느낄 수 있다. 오이는 겉은 매우 단단하나 씹을 때는 아삭아삭하고, 물이 튈 정도로 수분이 무척 많다. 뒷맛에는 싱그러운 풋향 같은 오이향이 남는다. 이렇듯 나에게 야채는 싱그러운 자극을 한껏 가져다준다.

    넷플릭스에서 하는 '게임 체인져스' (채식주의자 운동선수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안 그래도 좋아하는 야채에 더욱 꽂힌 적이 있다. 그래서 온갖 야채들로 온갖 요리를 해먹은 적이 있었다. 따로 굶거나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몸이 점점 가벼워지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과민성 위장도 당시에는 무척이나 평온했다. 이런 변화가 새롭고 즐거워 인스타그램에 글도 올렸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안녕망원'이라는 독립잡지를 내고 계시는 전다원 편집장님께 디엠이 하나 왔다.

    "파랑님, 이번 잡지에 비건 얘기를 싣고 싶은데, 기사 하나 써줄  있어요?"

    디엠을 보고 "야호!!!!!"라고 쾌재를 불렀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에디터는 꿈의 직업  하나였다. 비록 기사 하나 올라가는 객원 에디터지만 꿈의 영역에 잠깐 발을 담가보는 기분이 들었다. 비건식 요리  하나를 고민 끝에 골랐다. 속이 편해지는 음식과 만들기 간단한 음식. 양배추 버섯 카레! 작은 종이 잡지여서 너무 길지 않게 음식 소개 글도 쓰고, 레시피와 만드는 과정사진도 함께 실었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다가 꿈의 영역에  담그기.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는 귀한 추억이다.




+ p.s. 아래는 실제 잡지에 실린 기사입니다.


    '비건 집밥'이라고 하면 뭔가 야채가 가득 초록초록한 쌈밥이나 산채나물 등을 떠올리실 것 같은데, (저 또한 그랬답니다.) 사실 육류와 어류 없이 할 수 있는 집밥은 정말 많더라고요.

집밥은 자고로 '간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과정도, 설거지도 안 나오는, 그런 '간단' 한 요리요.

평생 먹어온 카레에는 고기 및 햄이 항상 들어갔지만, 사실 카레는 건더기 없이 국물만 먹어도 맛있잖아요.

거기서 착안해서 평소에 먹기 힘든 당근, 양배추를 듬뿍 넣어서 만들어봤습니다.

당근은 특히 지용성 비타민이 많아서 오일과 함께 익혀먹는 것이 좋고, 양배추는 특히 위장에 좋아요~ 고명으로 올린 버섯 또한 훌륭한 채식 단백질원입니다.

이름하야

    '위장에 좋은 양배추 카레'!

1. 당근과 양배추를 야채다지기로 마구마구 다져줍니다.

2. 큰 냄비에 당근, 양배추, 올리브오일을 넣고 볶습니다.

3. 당근과 양배추가 살포시 익었을 때, 미니 새송이 버섯을 통으로 넣고 볶아줍니다.

4. 물을 붓고 고형 카레를 넣어줍니다. 걸쭉해질 때까지 약불로 달달달 끓여주세요.

5.  밥에 카레를 넉넉히 붓고, 버섯을 올려주면 맛있는 비건 카레 완성!




- 파랑 -

이번 글은 쓰면서 입에 군침이 돌았습니다. 양배추 버섯 카레, 조만간  먹어야겠어요. 어떤 추억이 있었나, 머릿속을 열심히 헤집으며 브런치에  개의 에세이를 매일 올리는 '50 챌린지' 하고 있습니다.


이전 04화 저기압엔 콩나물 앞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