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표고버섯 솥밥
동네에 야채 가게가 있다. 브랜드도 없고, 간판도 없다. 소쿠리에 그때그때 제철인 과일과 야채를 담아서 상자에 큼직하게 가격을 써두신다. 방금 마트에서 본 백오이는 두 개에 사천 원이었는데, 여기선 오이 한 소쿠리에 삼천 원이다. 개수도 다섯 개나 된다. 주식처럼 변동이 심한 애호박 가격도 여기서만큼은 균일하다. 겉에 비닐을 씌우지 않은 통통하고 예쁜 애호박이 두 개에 삼천 원.
오늘은 무엇으로 맛있는 밥을 해 먹을까 고민하며 다양한 소쿠리들을 살펴보다가 달래가 눈에 띄었다. 달래를 쫑쫑 썰어 넣고, 간장과 참기름만 쪼록 둘러줘도 훌륭한 달래 양념장이 된다. 달래 양념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짝꿍은? 바로 콩나물밥 되시겠다. 오늘은 표고버섯과 콩나물을 올린 콩나물 표고버섯 솥밥을 해 먹었다.
1. 쌀은 잘 씻어두고 쌀 양과 물 양은 1:0.8로 맞춘다. (콩나물에서 물이 나오므로 평소보다 얕게 잡는다.)
2. 콩나물과 표고버섯은 잘 씻어서 물을 빼두고, 표고버섯은 솥에 찌면 숨이 죽으므로 도톰하게 썰어준다.
3. 솥에 쌀, 콩나물, 표고버섯을 얹는다.
4. 강불에 5분, 약불에 5분을 둔 다음에 뜸을 10분 이상 들인다.
5. 달래는 쫑쫑 썰어 양조간장(진간장 가능) 4번, 고춧가루 1번, 참기름 1번, 물 2번 넣고 섞는다.
솥밥을 불에 올리기 전에 가을 햇빛을 비추어 사진을 찍었다. 데코로 올린 달래는 솥 안에서 쪄지며 예쁜 초록색이 사라져 버렸다. 데코용 달래는 솥밥이 완성된 후에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살짝 매큼한 달래 맛에 아삭한 콩나물, 부드러운 표고버섯이 어우러져서 입에서 "맛있다, 맛있다."소리가 절로 나왔다. 다시마물을 내어 부드럽게 만든 명란 계란찜도 함께 곁들이니 든든한 한 끼가 되었다.
샛노란 노란색의 은행나무와 새파란 가을 하늘을 만끽하며, 소쿠리 속 야채로 오늘도 맛있는 하루를 보냈다.
- 파랑 -
요즘은 나오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가을이 이렇게나 좋은 계절이었구나, 새삼 느낍니다.
현재 매일 한 개의 글을 써서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10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