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나에게는 절친한 친구가 한 명이 있다. 그 친구는 고기 없인 못 사는 일명 '고기좋아인간'인데, 내가 한창 비건을 실천하겠다며 비거니즘에 빠져 살 때 '하필' 내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냉장고를 열고는 온통 초록 풀떼기만 가득한 걸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푸욱 쉬더니, 갑자기 오늘은 자신이 요리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난 고기 안 먹어!"
라고 버럭 소리를 쳤다.
'얘는 고기가 없으면 밥을 안 먹는 앤데, 갑자기 무슨 요리람?'
자기만 믿고 있어 보라며 유유히 집 앞 마트에 나가서 새송이 버섯을 사 왔다. 이 버섯으로 마법을 부리겠다고 하면서. 아래는 이 친구가 해준 요리의 레시피다.
1. 새송이는 밑동 부분을 두툼하게 자르고, 갓 부분은 얇게 저민다.
2. 두툼하게 자른 밑동 부분에, 촘촘하게 칼집을 넣어준다. 양면으로!
3. 웍에 버터와 다진 마늘을 넣고 타지 않게 볶아준다.
4. 밑동을 넣고 앞뒤가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5. 마지막에 간장을 두르고 졸인다.
6. 밑동 부분을 꺼내놓고, 다시 웍에 얇게 저민 갓 부분과 얇게 썬 양파를 달달 볶은 후, 함께 낸다.
"자, 먹어봐!"
버터와 마늘을 넣은 순간부터 부엌 전체에 달콤하고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했기 때문에, 그 친구 표현으로는 '고작 버섯'이지만 무척 기대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버섯을 입 안에 넣는 순간, 양면으로 여러 개 낸 칼집 덕분에 구운 부분이 야들야들하면서 동시에 바삭바삭한 것이 꼭 관자 요리를 먹는 것 같았다. 버터, 다진 마늘, 그리고 간장. 이 세 개는 그 어떤 요리에 넣어도 킥이 되는 마법의 친구들이 아니던가? 그런 친구들을 한데 합쳤으니, 고소한 버터의 풍미와 잘 익은 다진 마늘의 향긋함 그리고 간장이 주는 감칠맛 가득한 짭쪼름까지! 거기에 '관자 버섯'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쓰리콤보, 포콤보였다. 그 자리에서 집에 남은 식빵을 데워 갓과 양파를 볶은 것을 올려 먹고, 남은 버터까지 빵으로 그릇째 싹싹 긁어먹었었다. 한 줄 평은 이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버섯은 없었다! 이것은 버섯인가 관자인가!
- 파랑 -
아, 저 버섯 요리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남은 버섯들로 또 해 먹었을 정도로요. 삼일 연속 해먹었다면 믿으시겠어요?
맛있었던 기억을 글로 풀어내는 게 참 재밌습니다. 현재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써 매일 브런치에 올리는 '5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