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솥밥, 집에서 해 먹기
'매일 쓰기' 50일 챌린지를 성공한 후 가족으로부터 받은 금일봉. 평소 같으면 저축하거나 용돈으로 썼을 텐데, 큰맘 먹고 휘슬러 압력밥솥을 샀다. 밥순이인 나에게 스스로 맛있는 밥을 선물해주고 싶었고, 한 번 사면 대를 이어서 쓴다는 내구성을 가진 점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밥을 해 먹거나 무수분 수육을 딱 한 번 했었다. 냄비로 한 수육보다 훨씬 맛있어서 밥솥에 대한 무한 애정도 생겼다. 더 많은 활용도가 있지 않을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는 웬만하면 다 해보고 싶었다. 말 그대로 '뽕'을 뽑고 싶었다.
얼마 전 오마카세에서 마지막 식사 메뉴로 내주셨던 '고등어 솥밥'이 생각났다. 가게에서는 무쇠솥에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숯불에 제대로 구운 고등어를 얹어 비주얼로 한 번 눈을 띠용 하게 해 주었다. 고등어 살만 쏙 발라져서 밥과 함께 나왔는데, 함께 비벼먹으면 알알이 살아있는 밥알에 고등어의 고소한 기름과 살맛이 코팅되어 직전에 먹은 고급 숙성회와 우니의 맛을 까먹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었다. 가게에서 쓰던 무쇠솥이 탐났었는데, 그러고 보니 내가 산 것도 '솥'이잖아?! 당장 마트에 가서 쪽파와 고등어를 샀다.
1. 다시마를 한 조각 물에 담가 둔다.
2. 생쌀을 씻어서 물기를 빼 준비해둔다.
3. 양송이(다른 버섯도 괜찮다, 향이 그윽한 표고버섯으로 하고 싶었으나 그날따라 양송이가 세일을 해 집어왔다.)를 채 썬다.
4. 솥에 물기를 뺀 생쌀과 들기름을 둘러 생쌀의 빈 공간에 들기름이 들어갈 수 있도록 가볍게 볶아준다.
5. 쌀을 평평하게 만들어주고, 다시마를 우린 물을 넣어준다. (쌀:물=1:1)
6. 양송이를 예쁘게 둘러준 후, 다시마를 중앙에 놓고 밥을 안친다.
7. 밥이 지어지는 동안 쪽파를 송송송 썰고 고등어를 노릇하게 굽는다.
8. 완성된 솥밥에 쪽파를 올리고, 고등어를 올려 사진을 찍는다!
9. 고등어의 살만 발라서 쯔유와 비비면 홈마카세 완성!
고등어가 메인인 줄 알았더니 쪽파가 메인이었다. 아삭하고 향긋한 쪽파가 들기름 향과 양송이 향이 동시에 풍기는 밥알과도 잘 어울렸고, 자칫 느끼하거나 비릴 수 있는 고등어의 살맛 또한 특유의 파 향으로 잡아주었다. 고등어 6천 원, 쪽파 2천 원, 양송이 2천 원. 단돈 만원에 집에서 근사하게 기분 낼 수 있는 홈마카세 집밥이었다.
- 파랑 -
고등어 뼈를 발라내는 게 생각보다 번거롭더라고요. 다음엔 순살 고등어를 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매일 한 개의 글을 써서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10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