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랑 Sep 29. 2022

#70 엄마, 술 또 안 먹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 언니, 엄마, 아빠. 우리 네 명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성격이 털털하고 내숭이 없는 것, 모든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 것 등등. 이런 공통점들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공통점이라면, 이거다.


(갑자기) 퀴즈 타임!


    Q.

    4인 가족이 회집에 가서 코스를 시키며 다 같이 기분을 제대로 내는 날이다. 코스가 끝날 무렵, 온 가족의 얼굴이 벌겋게 취기가 올랐다. 이때 가족이 마신 술의 양은?


    1. 최소 각 반 병씩은 먹겠지, 합 두 병!

    2. 얼굴을 보니.. 인당 한 병은 마셨네, 합 네 병!

    3. 회랑 소주인데~ 일단 기본으로 4병 이상!


    이 중에 정답은?


    바로 '없다.'이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그 회집. 부모님께서 맛있는 횟집을 발견했다며 주말에 모처럼 네 명이 모두 모여 코스로 회를 즐기는 날이었다. 단독 룸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찰진 회 한 점과 시원한 소주 한 잔을 곁들이니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가족 외식이었다.


    식사가 다 끝나고, 우리 가족이 마신 술은?


    소. 주. 한. 병.


    심지어 넷 다 얼굴이 빨갛다 못해 터질 것 같았고, 그 한 병마저도 다 비우지 못했다.



    그런 엄마의 '판타스틱'한, 그러니까 말 그대로 환상적인 주사를 경험한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언니와 나, 둘이 독립하여 함께 살았을 때다. 엄마는 저녁 약속을 마치시고 매번 칼 같은 귀가를 하시는 분인데, 그날따라 웬일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로 오셨다. 1층에 마중을 나가니 엄마 얼굴이 적당히 붉으신 게, 저녁 식사를 하시며 한 잔 하시고 오신 게 분명했다. 평소보다 한 층 밝은 모습의 엄마가 신기하여 환영을 하며 함께 집으로 올라갔다. 집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엄마가 갑자기 대자로 누우시더니, 지갑을 척 꺼내셨다. 그리곤 그 안에 있는 현금을 몽땅 꺼내서 언니와 나에게 주시는 게 아닌가!


"자! 용돈이다!"


    평생 부모님의 술 취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으니, 주사를 본 적도 있을 리 만무했다. 함께 살 때도 아니었는데, 친히 직접 오셔서 주시는 현금 뭉치라니! 용돈이라니! 살면서 내가 본 엄마의 처음이자 마지막 취한 모습이었고, 주사였고, 취중진담이 아닌 취중 용돈이었다.


* 뒷 이야기 : 다음날, 술이 깨신 엄마는 용돈 주신 걸 무척, 매우 후회하셨다고 한다. (꽤나 큰 금액이었기 때문...!)


1박 2일 글램핑 동안 와인 한 병을 두고 두고 마셨다.




- 파랑 -

저도 얼굴은 말술인데요, 술을 정말 못 합니다. 사람들은 백이면 백 저에게 되묻습니다. "뭐라고?! 네가 술을 못한다고?!"

현재 매일 한 개의 글을 써서 매일 브런치에 올리는 '10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