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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Sep 30. 2022

#71 인스타그램을 끊었다

친구들의 근황은 모르게 되었지만,


    첫 SNS의 기억은 '버디 버디'이다. 소셜 네트워크보다는 메신저에 더 가까웠던 것. 하지만 버디버디에서 '미니홈피'서비스를 내놓고.. 그렇게 처음으로 '가상공간 속 내 공간'에 대해 맛을 알게 되며 사이버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었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버디버디를 시작으로 10대 시절 '싸이월드 전성기'가 도래하여 미니홈피를 예쁘게 꾸미거나 배경음악 등을 사느라 돈 깨나 썼다. 대학생이 되고는 '학번+별명'으로 일촌도 마구마구 맺고, 아마도 대학교 2학년 때쯤 페이스북이 대세가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싸이월드 공식 미니홈피


    페이스북의 다음 주자는 인스타그램이었다. 그 뒤로 수년 동안 인스타그램은 주력 SNS로써 친구들의 근황을 볼 수 있게 해 주고, 각종 광고나 행사를 알게 해 주었다.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보는 것도 좋아하던 나에게 인스타그램은 취향에 꼭 맞는 SNS였다.


    그랬던 내가, 인스타그램 어플을 삭제했다.


인스타그램 공식 피드


    갑자기, 왜?


    처음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던 때가 24살쯤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인스타그램에 소중한 추억들이 담긴 사진을 올리는 사진보관함 같은 용도로 썼었다. 시간이 갈수록 온갖 다양한 사람들과 브랜드가 인스타그램에 쏟아져 들어오고 '인스타그램 대 호황 시대'가 도래하여 인스타그램은 내가 전에 알던 인스타그램이 아니었다. 친구들의 근황을 보기 위해 피드를 보거나, 스토리를 보려고 하면 광고가 너무 많이 떴다. 물론 빅데이터 때문인지, 덕분인지, 나에게 맞는 광고들이 뜰 때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광고가 불필요했고, 너무 많은 광고를 의도치 않게 계속 보다 보니 피로감이 상당했다.

    먹방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욕구를 달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직접 먹고 싶어 져서 괴로워지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후자에 속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인스타그램에서 친구들이 올린 사진들을 보다가 어떤 음식 사진을 보고는 불현듯 먹고 싶어 져 먹은 경우도 많았고, 전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었는데 사진을 보고 혹 해서 구매한 적도 적지 않게 있었다.

    또한 인스타그램은 '내가 이렇게 잘 산다!'라고 뽐내는 곳이라는 표현이 있듯, 가장 멋진 순간을 포착한 사진들이 많다. 내가 그렇듯 그들도 본인이 행복했던 순간을 올리는 것일 뿐인데, 매번 화려한 사진들을 눈으로 보다 보니 종종 나의 평범한 일상이 상대적으로 멋지지 않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처음 삭제한 이유는 인스타그램을 보는 시간을 아껴 글 쓰는 시간을 더 확보하고자 삭제한 것이었다. 금방 다시 설치하겠지, 싶었는데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도리어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아쉽게도 친구들의 근황은 모르게 되었지만, 무분별한 콘텐츠를 보지 않게 된 지금이 마음 건강은 한 층 더 나아졌다.  




- 파랑 -

인스타그램을 삭제한 첫날, 인스타그램 어플 아이콘이 있던 부분을 여러  잘못 눌렀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자주 눌렀으면 이럴까 싶더라고요.

현재 매일 한 개의 글을 써서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10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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