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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Nov 16. 2020

니가 채식주의자라고?

Love Myself

    사실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에 알게 된 두 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얼굴에서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고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알고 보니 그 둘 다 비건, 즉 채식주의자였다. 당시에만 해도 ‘한국에서 고기를 뺀 생활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힘든 길을 가는 그들이 대단해 보였다. 내가 시도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어떠한 거창한 꿈이나 목표보다는 그저 조금 더 건강해지고 싶었다. 일상 속 스트레스를 단 음식과 매운 음식, 그 유명하다는 단짠 조합으로 이겨내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겨냄도 잠시, 내 육체는 철저히 패배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해산물과 야채 그리고 밥을 좋아하던 ‘밥순이’ 였던 나는 예전의 건강하고 날씬한 내가 그리웠다. 이내 채식주의자에 호기롭게 도전해보기로 했다.


    채식주의자의 삶은 생각보다 쉬웠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식사 선택지 안에서 최대한 좋은 재료로 구성된 요리를 선택하는 것, 그리고 내가 만들어먹을 수 있다면 최대한 만들어 먹을 것. 이게 내 육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현실적인 행동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두둥-, 복병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그 이름하야 바로 ‘엄마 밥’. 나의 엄마는 백주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내공을 가지신 분인데, 엄마가 해주시는 다양한 맛있는 음식 속에는 갖가지 다양한 육류가 들어가 있었다. 엄마에게 ‘나 채식주의자니까 고기 빼줘!’라고 말할 정도로 유난을 떨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렇게 말할 용기도 없었다.) 본가를 갈 때면 ‘하는 수 없이’ 육류가 든 식사를 했다. (그러나 너무 맛있었다.) 근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어라. 속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고 외려 편한 것이다.


    아. 그때서야 깨달았다. 내가 속이 불편했던 건 ‘과한’ 기름기와 당 섭취였던 것이다. 역시나 문제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바로 내 안에 있었다.


    내 자신을 진정으로 아껴주는 것. 굉장히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조금 더 나를 위한, 내 몸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것. 그것부터가 시작이지 않을까 싶다. 내일은 야채가 듬뿍 든 샐러드를 해 먹어야지. 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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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좋아하는게 많습니다.

야채도 과일도 좋아합니다.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건 조금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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