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랑 Dec 16. 2020

핑크에 관한 고찰

혹은 아무말대잔치

‘이사일씀’이라는 에세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이(둘째주와) 사(넷째주에) 일(1개의 에세이를) 씀’. 에세이의 주제는 순번을 정해서 돌아가며 맡고 있다. 이번 주 주제는 ‘핑크’이다.


빨간색에 흰색을 섞으면 분홍색이 된다.
흰색을 얼만큼 섞냐에 따라서 핫핑크 베이비핑크 등등 나뉘고, 도출된 분홍색에 또 어떤 색깔, 예를 들면 보랏빛이 감도는 마젠타 핑크가 되기도 한다.
빨간색은 부담스럽고, 흰색은 때 탈까 봐 걱정될 때. 누군가 ‘얘네 둘을 한 번 섞어보는 건 어떨까?’라고 생각한 건 아닐까?


이미 느꼈을지 모르지만 핑크에 대한 나의 감정은 낫굿 낫배드이다. 그래도 에세이 주제를 받았으니 열심히 써보려 한다. 하지만 도무지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모든 글쓰기의 시작은 ‘관찰’ 이랬으니 당장 내 눈앞에 있는 것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두 눈 크게 뜨고 구석구석 쳐다보니 분홍색 물건이 정말 많다.

노트북 케이스(양면-파랑/핫핑크), 작은 수건(내꺼아님), 수면 잠옷(이것도 내꺼아님), 선물용 비누 상자, 여성 브랜드 옷 쇼핑백 등등.. 아! 빨래 건조대의 이음새까지. 또 '핑크'하면 어린 시절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딸 둘인 집에서 막내로 태어났다. 둘째의 숙명은 첫째로부터 많은걸 물려받는다는 것. 언니의 최애인 핑크색 아이템들은 옷이고 신발이고 종류별로 가득했다. 희소성에서 오는 설렘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운명적인 사랑이었는지, 아주 어릴 때부터 파란색을 가장 좋아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파란색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눈 앞에 이렇게나 많은 분홍색 물건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제작될 때 적게는 한 명 많게는 수십 명 수백 명의 의사결정을 거친 후 생산에 들어갈 텐데, 꼭 많고 많은 색 중에서 ‘분홍색’인 이유.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이유를 알고 있다면 댓글을 달아주길 바란다. 소정의 상품으로는 커다란 애정이 항시 준비돼있다. (그래서 댓글이 항상 0개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누구를 위한 영화인가? (스포 주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