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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Jan 16. 2021

코로나 실직자의 주식 이야기

내 손에 넣기 전에는 내 돈이 아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었다.

    그 코로나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 실직한 나.

    이참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소셜 살롱을 하게 되고, 새로운 사람을 상대하는 것을 내가 엄청 좋아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소셜 살롱에서 우연히 시작하게  드립 커피 클래스.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고, 프립, 탈잉  플랫폼에서도  좋게 수업을 열게 되었다. 하지만 다시금 심각해진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없는 커피 클래스 특성상  선택으로 인해 수업을 잠정 보류하게 되었다.


    집에만 내내 있는 것도 참으로 무기력하여, 내가 갖고 있는 비상금으로 너도 나도 다 한다는 ‘주식’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시작은 미국 주식이었다. 올빼미 성향이기도 하고, ‘테슬라 테슬라’하길래 유튜브, 뉴스 및 주식 카페의 의견들을 살펴가며 FBI급으로 파도타기를 하며 서핑에 서핑을 무한 반복하였다. 테슬라를 샀고, 하나 사니 다른 하나가 눈에 들어오고, 그리하여 몇몇 종목을 사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집에서 가만히 있는데, 주식 계좌를 보면 빨간불이 종종 켜지며 돈이 생겨있는 게 너무나도 신기했다. 그렇게 모은 돈 대부분을 주식 계좌에 넣고는, ‘묻어둬야지’ 했던 처음의 계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채, ‘새로고침’을 열심히 누르는 주린이가 되어있었다.


    아주 적은 양의 쌈짓돈으로 주식을 할 때에는 새로고침을 누르지 않아도 괜찮았다. 하지만 금액이 커지니, 노동으로 고생한 이 돈을 주식이란 숫자놀이에 잃을까 봐 걱정이 되어 새로고침을 누르지 아니할 수 없었다. 운이 좋았던 걸까. 다행히 빨간불을 켜며 쭈욱 순항을 해주었고, 덕분에 미국 주식 시간에 맞추어 나의 생활 패턴도 밤낮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코로나 실직자지만 마치 미국인처럼 생활하기를 어언 2주 차, 몸이 너무 피곤했다. 육체도 육체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했다. 오를 때가 있으면 내릴 때가 있기 마련이니까. 오른다고 다 좋지도 않았고, 내린다고 마냥 걱정되지만도 않았다. ‘오른다고 한들 내가 매도하지 않는 한 내 것이 아닌데, 이걸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며 또 계속 새로고침을 누르는 내 모습을 매일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 주식을 시작할 때의 내 목표는 수익률 5%, 10%였다. 은행에 넣어둔다한들 오르지 않는 돈이니까. 5프로만 올라도 그게 어디야~ 싶었던 귀여운(?) 생각이었다.


    '천슬라가 될 거다.'라는 무성한 말들을 뒤로 한채. 25%의 수익률로 후련하게 매도하였다. 아직 남아있는 종목들이 있지만, 그 뒤로는 밤에 온전히 발 뻗고 자는 중이다. 이번 주제인 새로고침을 보니, 테슬라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서. 아마 살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새로고침을 누른 나날들일 거다. (테슬라 수익은, 가족들에게 쉬원하게 용돈 쏴주고, 내 몫으로는 무엇을 할지 행복한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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