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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Sep 03. 2021

[4탄-1] 서른, 혼자 호텔 스위트룸에 오다.

부제 - 과유불급 : 지나치면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

    

    과유불급. 지나치면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



    전날 저녁에 카푸치노가 너어무 맛있었다. 호텔 수영장에서 장시간 젖은 상태로 있다 보니 몸이 속까지 차가워졌다. 차디찬 식도에 부드럽고 섬세한 우유 거품과 그 속에 숨은 따끄은한 라떼가 흘러들어 가니 몸이 데워지면서 ‘이거다.' 싶었던 거다. 한 잔에서 그쳤으면 좋으련만, ‘뷔페’니까… 그렇게 연거푸 3잔을 마셨다. 스위트룸에서는 잠도 스윗하게 솔솔 올 줄 알았지만, 그렇지만은 않았다. 커다랗고 커다란 방의  크나큰 침대에 혼자 누워있자니 마치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마저 들었다. 모닝커피도 아닌 디너커피, 그것도 무려 석 잔의 영향도 분명 있었으리라.



    전날 몇 시인지 모를 새벽에 힘겹게 잠에 들었다. 잠에 들면서도 걱정을 놓지 못했다. ‘아 조식 무료인데.. 못 일어나면 어쩌지.. 아 아침 수영도 꼭 해야 하는데.. 음냐음냐..’ 기우였다. 파노라마 통창 덕에 눈이 부셔 알람 없이 자동 기상한 것이다. 푹 자고 싶으면 블라인드를 쳤어야 했는데, 야경에 심취해 그대로 두고 말았다.


    아침 수영은 7시부터, 조식도 7시부터 시작이다. 뭐든 첫 타임을 가장 좋아한다. 아무도 없는 아침 수영장. 그 차분함과 고요함이 좋고, 뷔페는 모름지기 첫 타임에 완벽히 세팅된 그 상태를 좋아한다. 예쁘게 챡챡 세팅되고 데코 된 음식들을 처음 건드리는 그 기분! 그 기분을 아주 좋아한다.


    뒤늦게 앗차차 싶었지만 대체 '스위트룸에 모두 포함'이 뭐길래. 평소 같았으면 ‘아, 너무 피곤해. 나 그냥 아침 안 먹고 잘래.’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생일대의 스위트룸에 와있다. 아주 비싸다. 그 안에는 모든 부대시설 및 뷔페가 포함이다. 소위 ‘뽕을 뽑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시 잘 순 없었다. 조식 뷔페와 아침 수영은 날라가는거다, 그만큼의 돈도!


내 돈! 안 돼!


    

    시간은 정각 7시. 분명 아침 수영장 오픈 시간은 7시랬는데 창밖으로 내려다보니 그새 수영장에 예닐곱 명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7시 땅! 하기 전에 내려간 거 같은데 그럼 새벽 6시에 일어난 거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어딜 가도 있다. 원래의 계획은 잠을 푹 잔 후에 7시에 일어나서 고요하고 차분한 아침 수영을 즐긴 후 조식을 먹으러 가는 것이었으나 이미 수영장에 사람들이 있었으므로 바로 배를 채우기로 결정했다. 피곤하고 졸린데 빈 속으로 바로 수영을 할 기운도 없었고, 일단 따땃하게 배를 채우고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8시에 내려갔는데 마지막 창가 자리가 딱 내 앞에 손님들 차지로 끝이 났다. '다들 증말 부지런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부스석에 앉았다. 피곤하니 식욕도 없어서 조식 뷔페를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본래 기본 룸에는 수영장 쿠폰이 1 1회다. 무려 스위트룸 2 3일을 결제한 고객이지 않던가...! 나에게는 하루에 2번씩   있는 쿠폰이 있었다. 조식 뷔페를 다녀온  너무 피곤해서 다시 자고 싶었지만  쿠폰은 되팔 수도 없었고,  쓰면 무용지물이 되고, 스위트룸 금액에 모두 포함된 것이므로...


 ! 자면  !


그렇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스위트룸 이튿날 시점의 글입니다. 마냥 행복했던 첫째 날과는 조금 다른 온도라 글을 두 편으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다음 편은 '4탄-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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