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섬, 우도. 섬 속의 섬
스물한 살 때였나, 아닌가 스물두 살 때였나.. 우도를 처음 알게 된 건 친언니 때문이었다. 혼자 첫 제주도 여행을 떠난 그녀는 원래의 일정보다 한참 후에야 서울로 돌아왔다. 제주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우도란 섬에 들어갔는데, 풍랑주의보가 떠서 다시 제주로 돌아가는 배를 타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섬에 갇혀 3일을 꼬박 지냈다고 했다. 피곤하고 지겨웠다는 말은 온데간데없이, 너무 좋았다고 너도 꼭 가봐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다음 계절에 우도란 곳을 같이 가게 되었다.
우도는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섬이다. 여의도의 3배 크기. '얼마나 좋길래 그래~'라고 생각하며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우도로 들어갔다. 겨울이었는데 봄 같았다. 들판이 이곳저곳 저마다 다르게 푸르렀다. 온갖 풀꽃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햇빛을 받고 반짝이고 있었다. 당시엔 우도에 바이크나 삼륜이 같은 게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온 섬을 걸어 다녔다. 그게 너무 좋았다. 옹기종기 고운 색깔 지붕을 얹은 시골집들, 내 키의 반도 안 되는 낮은 돌담들, 그리고 푸르른 들판, 그리고 또 풀꽃들... 그 모든 것들을 둘러싸고 있는 청록빛 바다. 생애 처음 마주하는 풍경이었고,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그때였다. 눈물이 툭. 당시 매우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늘 시끄러운 서울, 그 도시 틈바구니 속에서만 살다가 이토록 생경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니 그만 눈물이 터지고 만 것이다. 그때 속으로 다짐했다.
'난 여기에서 살아야겠다. 언젠간 꼭 우도에서 살 거야...!'
그렇게 십여 년이 흘러 어느새 서른하나가 되었다. 나는 지금 우도에서 한달살이를 하고 있다. 요양을 취한다는 명목 아래, 바다 코앞의 내 방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지금 이 글을 쓴다. 서울에서는 방에 있으면 차 소리밖에 안 들렸는데.. 여기선 새소리도 들리고 파도 소리도 들린다. 서울에서는 아침에 알람 듣고 일어나기가 참 힘들었는데, 여기선 바다 위로 뜨는 해가 아름다워 일출 시간에 눈이 저절로 떠진다. 도시에서의 삶이 참 덧없게 느껴진다. 에코백도 명품백도 물건이나 잘 들어주면 그만이고, 이렇게 아침에 눈 뜨고 해 보고 바다 보고 바닷가 거닐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도, 식욕도 사라졌다. 서울에서는 동네만 걸어도 코에서 까만 코딱지가 나왔는데, 우도에서는 하루에 2만보씩 바다 보면서 꽃 보면서 척척 걷게 된다.
우도에서 살고 싶다.
+ 우도의 풍경들. 눈 정화하고 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