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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Apr 07. 2022

우도에서 살까요?

소섬, 우도. 섬 속의 섬

    스물한 살 때였나, 아닌가 스물두 살 때였나.. 우도를 처음 알게 된 건 친언니 때문이었다. 혼자 첫 제주도 여행을 떠난 그녀는 원래의 일정보다 한참 후에야 서울로 돌아왔다. 제주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우도란 섬에 들어갔는데, 풍랑주의보가 떠서 다시 제주로 돌아가는 배를 타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섬에 갇혀 3일을 꼬박 지냈다고 했다. 피곤하고 지겨웠다는 말은 온데간데없이, 너무 좋았다고 너도 꼭 가봐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다음 계절에 우도란 곳을 같이 가게 되었다.


배에서 바라본 우도.

    우도는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섬이다. 여의도의 3배 크기. '얼마나 좋길래 그래~'라고 생각하며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우도로 들어갔다. 겨울이었는데 봄 같았다. 들판이 이곳저곳 저마다 다르게 푸르렀다. 온갖 풀꽃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햇빛을 받고 반짝이고 있었다. 당시엔 우도에 바이크나 삼륜이 같은 게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온 섬을 걸어 다녔다. 그게 너무 좋았다. 옹기종기 고운 색깔 지붕을 얹은 시골집들, 내 키의 반도 안 되는 낮은 돌담들, 그리고 푸르른 들판, 그리고 또 풀꽃들... 그 모든 것들을 둘러싸고 있는 청록빛 바다. 생애 처음 마주하는 풍경이었고,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그때였다. 눈물이 툭. 당시 매우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늘 시끄러운 서울, 그 도시 틈바구니 속에서만 살다가 이토록 생경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니 그만 눈물이 터지고 만 것이다. 그때 속으로 다짐했다.


'난 여기에서 살아야겠다. 언젠간 꼭 우도에서 살 거야...!'

    그렇게 십여 년이 흘러 어느새 서른하나가 되었다. 나는 지금 우도에서 한달살이를 하고 있다. 요양을 취한다는 명목 아래, 바다 코앞의  방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지금  글을 쓴다. 서울에서는 방에 있으면  소리밖에  들렸는데.. 여기선 새소리도 들리고 파도 소리도 들린다. 서울에서는 아침에 알람 듣고 일어나기가  힘들었는데, 여기선 바다 위로 뜨는 해가 아름다워 일출 시간에 눈이 저절로 떠진다. 도시에서의 삶이  덧없게 느껴진다. 에코백도 명품백도 물건이나  들어주면 그만이고, 이렇게 아침에  뜨고  보고 바다 보고 바닷가 거닐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도, 식욕도 사라졌다. 서울에서는 동네만 걸어도 코에서 까만 코딱지가 나왔는데, 우도에서는 하루에 2만보씩 바다 보면서 꽃 보면서 척척 걷게 된다.


    우도에서 살고 싶다.


        + 우도의 풍경들. 눈 정화하고 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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