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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Jun 21. 2022

미지근한 행복

어떻게 살고 싶은가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도 어언 반년이 지났다.


     반년 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작업실도 구했고, 수업을 듣기도 했으며, 하루에 한 권씩 소설책을 읽어 내려가기도 했다. 그래서  편이라도 장편 소설을 완성했냐고? 대답은 아니오.이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안에 구겨진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나날들을 보냈다. 어렸을 때의 독서는 즐거움이 가장 컸다. 너무 재밌고, 다음 장이 궁금하고,  작가의 다른 소설은  어떨까, 하며 소설이 주는 즐거움에  빠졌었다. 서른이 넘어서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하니, 어느 날은 내가 주인공이었다가,  어떤 날은 주인공을 부러워했다가... 분명 책에는  바탕과 까만 글자밖에 없는데, 커다란 거울 마주한 듯했다.     휙휙 넘기던 책장들이 10킬로, 20킬로 덤벨들처럼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소설 수업을 듣기 시작하며, 선생님의 '파랑 씨는 타고난 소설가 같아요.'라는 칭찬에 어깨가 하늘로 솟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글을 쓰면 쓸수록 내면의 상처들을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모르고 지나왔던 수많은 상처들. 어쩌면 누군가는 평생 마주하지 않고 지나갔을, 그런 일들. 마치 잔뜩 구겨진 종이 같은 그 마음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애써 모른 척 외면하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소설을 쓰면 쓸수록 모두 투영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한두 장 분량의 짧은 소설을 써도, 그 속에 내가 또 보였다.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같은 수업을 들은 문우 덕에 운 좋게 연이 닿아 상담도 받게 되었다. 늘 주변 친구들, 가족들, 남들의 눈만 신경 쓰며 살던 내가 오롯이 나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즈음부터 소설을 쓰는 행위에 대해 슬럼프가 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나를 돌보는 일에 조금은 지친 것 같았다.


    그래서 또 쉬고 있다.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문서는 저 멀리 던져두고 노트북으로는 드라마, 영화 등을 찾아보면서.. 소설을 쓸 때는 뜨거운 고통과 동시에 뜨거운 행복을 느꼈었다. 소설 쓰기를 잠시 멈춘 지금은.. 미지근하다. 미지근하지만, 조금은 펴진 마음들이 또 나를 은근하게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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