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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Jul 26. 2022

#5 삐빅! 금지어입니다!

마음 들여다보기

    나에게는 안 지 얼마 안 됐지만, 취향과 식성이 찰떡같이 잘 맞아서 금방 절친이 된 친구가 한 명 있다. 늘 밝고 쾌활해서 만날 때마다 내 기분까지 덩달아 좋아지게 만드는 그런 유쾌한 친구다.

    어느 늦은 밤 유영이로부터 카톡이 한 개 왔다.


"파랑아, 바빠?"

"아니~ 왜?"

"너 상담받는다고 했잖아..

  혹시 어때? 그거 받으면 좀 나아?"


    유영이의 메시지를 보고는 머리가 띵,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직접 만나서 나눈 적도 많았고, 둘 다 시시콜콜 사진이나 카톡을 주고받으며 비교적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유영이의 마음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얼굴도 자주 보고 대화도 많이 나눴는데 말이다.

    물론 유영이에게 상담을 적극적으로 추천해주었다. 나는 상담을 받고 참 좋았던 기억으로 브런치에 에세이를 써서 올린 적도 있다. 약물의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니고, 상담 선생님께서 대단한 선물이나, 마법 같은 해결책을 제시해주신 것도 아니다. 그저 꾸준히 물음표를 던져주셨다.


"그때, 파랑 씨는 어떤 기분이었어요?"

"그럼 지금 그 마음을 가지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그렇게 하고 난 뒤에 어떤 감정이 들 거 같아요?"


    끊임없이 묻고 또 물으셨다. 내가 말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에서 느낀 기분, 감정, 말과 행동 모든 것을. 그때의 마음뿐 아니라 현재의 마음까지도 말이다. 신기하게도 선생님이 질문을 던지시면, 마치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듯 꽤 과거의 일들도 마음속에서 되짚어지곤 했다.


'아, 나 그때 그랬지.'

'맞아, 나 많이 힘들었네.'

'괜찮다고 말하고 넘어가니 진짜 괜찮은 줄 알았네.'

'나 하나도 안 괜찮았네...?'


    이런 생각들이 마음속에서 천천히 떠오르며 숨기고 또 숨겼던 내 마음을 그제야 처음으로 하나하나 꺼내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내 마음을 온전히 돌아보기 시작하니, 영원히 회복될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상처들에 부드러운 연고가 한 번씩 스윽 발라졌다.


     후로 유영이와 나는 둘이서 작은 약속을 하나 했다. " 지내?"라는 말보다, "요즘 마음 건강은 어때?"라고 서로에게 묻기로 말이다. 새로운 규칙도 만들었다. 답장으로 ", 괜찮아~" 금지! 감정을 숨기고 마음을 덮어버리는  말은  하기로 했다. '괜찮아'라는 말을 빼고, 진짜 온전한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답장을 하기 위해  마음 건강을 생각해보는   초만이라도, 온전히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기 위해.  글을 마치며 유영이에게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오늘 마음 건강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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