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랑 Jul 28. 2022

#7 철석같이 믿지 마세요,

당신의 기억을요.

    작년 가을,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좋아하는 일을 내 일로 만드는 방법'이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프리랜서로 지내며 '덕업일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많이 들던 때였다.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돈이 안 되는 것 같고.. (좋아하지 않는) 전공을 살려야만 그나마 밥벌이를 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강연은 당시의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는데, 브런치에서도 활동하시는 '강지연' 청년 진로 강사님의 강의였다. (강지연 강사님의 브런치 : https://brunch.co.kr/@jiyeonkang) 강연 내용 중 꼭 에세이로 쓰고 싶었던 게 있었다.


    "여러분은 기억력이 좋으신 편인가요?"

    강의의 서두를 여신 강사님의 말. 나는 기억력이 꽤 좋은 편이었기에, 고개를 끄덕끄덕 움직였다. 뒤이어 전해주신 강사님의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저에게는 언니가 한 명 있습니다.

    어린 시절, 대학교 등록금을 부모님께서 편하게 내주실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어요. 당시 제가 언니보다 공부를 조금 더 잘했기 때문에, 저는 언니 대신 대학에 갔다고 생각했습니다. 언니가 저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못 한 거라고 말이에요. 그래서 이 죄책감은 제 평생을 따라다녔습니다.

    우연히 엄마와 이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어요. 사실은 제가 알고 있었던 것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언니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따로 있어서 그것을 선택했을 뿐이라고요. 엄마와 대화를 나눈 후, 저는 아주 오래 묵은 그 질문을 하기 위해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호 대기음이 가는 동안 어찌나 떨리던지요.

    "언니, 그때 언니는 나 때문에 공부도 못하고, 대학도 못 간 거 아니야?"

    "얘는 지금 무슨 소리야~ 나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어서 전문학교 간 거야~"

    언니의 돌아오는 답변에 망치로 머리를 쾅 맞은 것만 같았습니다."


    경험담을 들으며 바로 나의 기억으로 반추해보았다.

    '나는 왜 이 장면들을 주로 기억하고 있을까?'

    '정말 다 사실일까?'

    소심한 성격에 한참을 끙끙 앓다가 내 고민이 된 대상자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의 반응은 대부분 '응? 나 아무 생각 없었는데?'였다. 친구와 한창 수다를 나눈 후, 돌아가는 길에 내가 뱉은 말 한마디가 내내 마음에 걸린 적도 있었다. 친구에게 커피 한 잔의 기프티콘을 보내며 아까는 내가 실수한 것 같다며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니, 곧장 돌아온 친구의 답변은 이러했다.

    "너가 그런 말을 했었나? 그게 뭐~ 완전 괜찮아, 오늘 엄청 즐거웠어~"

    물론 실수를 하면 인정을 하고 사과를 해야 하는 게 옳은 일인 건 맞다.

    그렇지만 실수를 한 적이 없다면?

    그것이 나만의 생각이라면?

    내 기억이 잘못된 거라면?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종종 곱씹으며 자책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커다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자책했던 그 일이, 죄책감이 생긴 그 사건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내 기억이 맞다며 괴로워하기 이전에, 자신의 기억력을 믿기 전에,

'내가 잘못 기억하는 걸 수도 있어'

'별 일 아니었을 거야'

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 파랑 -

취미는 걱정 사서 하기, 특기는 과거 곱씹기입니다. 이 글은 어쩌면 스스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릅니다. 현재 뇌를 박박 긁어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5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5 삐빅! 금지어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