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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dpicker Apr 09. 2023

15인 이하 스타트업 이야기_권고사직(04)

4년 차인데, 6번째 회사입니다.

4년 차인데 6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한 회사에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1개월을 있었네요.

이 이야기는 저와 같은 사회 초년생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존잼 스타트업 이야기 네 번째 소재가 "권고사직"인 이유]

작년까지는 3년 차, 5번째 회사였다. 그리고 올해 4월 기준으로 4년 차, 6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다. 총 5번의 퇴사를 경험했고, 그중 3번이 권고사직이다. 3번의 권고사직 중 하나를 최근에 겪었기에 지금이 관련하여 글쓰기에 참 좋은 때라고 생각했다.

 cf. 첫 번째 이야기 : 연봉협상

 cf. 두 번째 이야기 : 스타트업문화

 cf. 세 번째 이야기 : 직무


어쩌다가 권고사직을 3번씩이나?

내가 권고사직을 3번이나 경험했다는 사실 자체를 최근에야 인지했다. "당신은 권고사직 대상자입니다."라는 식의 안내를 받지 못해서 그랬던 건지, 권고사직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나 행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건지 잘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권고사직이라고 인지하기 전에는 "경영상의 문제로 인한 사업 전면 중단"이라는 걸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3번의 권고사직 모두 당장 이번 달 직원 월급을 회사가 줄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모든 직원이 퇴사했으니 말이다.


나는 아마도 아래와 같이 생각했나 보다.

"권고사직은 회사 인원을 줄여 재정적으로 허리띠를 조르는 행위고, 권고사직 대상자에게 인도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공적인 행위"라던가, "당장 회사가 월급을 줄 돈이 없으니 뭐 어쩔 수 없네."라던가.

지금은 다르다.


모두 다 똑같은 권고사직이다

내가 겪은 3번의 퇴사는 모두 권고사직이 맞다. 사직서에 서명하지 않았고, 사직서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권고사직이 맞다. 회사의 경영 상황을 듣고 회사가 제안한 일정에 합의하여 퇴사했으니 말이다. 회사가 제안한 권고사직에 동의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자연스레 해고 절차를 밟았을 것이다. 별다른 혜택 없이 회사를 나와도 권고사직이고, 회사로부터 혜택을 받았어도 권고사직이다.

 cf. 권고사직 대상자인 근로자분들 "사직서(문서)" 보관하세요. 실업급여 받을지도 모르잖아요.

 cf. 권고사직 행한 회사 관리자분들도 "사직서(문서)" 보관하세요. 퇴사한 아무개 씨가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잖아요.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습니다.

 cf. 권고사직 위로금이라는 건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아요. 권고사직은 해고가 아니라서 해고예고수당에도 해당되지 않아요.


권고사직을 통해 배운 점

인터넷이나 지인들과의 잡담을 통해 듣게 되는 권고사직과 "15인 이하 스타트업의 권고사직"은 다르다. 인사 관련 업무에 있어 전반적으로 세상의 상식과 15인 이하 스타트업은 그 느낌이 많이 다른데, 권고사직은 유독 심하다. 1근로소득이 통째로 중단되다 보니 더 피부로 와닿는 느낌이랄까.


배운 점 1) 상호배려는 최소한의 리스펙을 전제로 한다.

권고사직은 해고가 아니다. 권고사직은 회사로부터 사직을 권유받아 직원이 사표를 제출하는 상호배려와 합의 행위다. 원만한 권고사직을 위해서는 회사와 직원 모두 상호 간 최소한의 리스펙을 해줘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리스펙은 다음과 같다.


회사가 행하는 최소한의 리스펙 : 퇴사예정일은 최소 30일의 여유를 두고, 그렇지 못할 경우 30일분 이상의 임금을 제공한다.

 - 돈이 없어서 권고사직을 행하게 됐으니 여유가 없을 수 있다. 아쉽지만 그건 회사 사정이다. 권고사직은 해고가 아니다. 권고사직을 제안하는데 돈도 아끼고 싶다면 그냥 해고를 하시라. 해고로 넘어갈 시 지불해야 할 최소 비용이 결국 위 금액과 동일할 것이다.


직원이 행하는 최소한의 리스펙 : 퇴사예정일이 30일 이내이고 별도의 위로금이 없더라도, 당장 밥 먹고 잠자는데 문제가 없다면 회사의 권고사직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

 - 회사가 힘든 건 내 알 바 아니라고 치더라도, 퇴사 일정이 늦춰지면 본인 스스로에게 안 좋을 수 있다. 권고사직을 행하는 회사는 악순환에 빠져있을 확률이 높고, 악순환에 빠진 회사에 머무르는 직원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는 아래 "배운 점 2"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배운 점 2) 15인 이하 스타트업은 힘들다.

15인 이하 스타트업은 돈이 없다. 그냥 힘들다기보다는 돈이 없어서 더 힘들다. 더 잔인한 사실은 한 번 악순환이 시작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돈이 없으니 융자가 필요하고, 융자를 했으니 수익률이 줄고, 수익률이 줄어드니 현금흐름 개선이 힘들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융자가 거듭되기 때문이다. 초기자금과 투자금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회사가 이런 악순환에 있으면 그 회사의 분위기는 쉽게 예측해 볼 수 있다. 사업성 검증을 위한 가설은 최소한의 기간에, 금전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귀결된다. 당장은 아닐지언정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그렇게 변한다. 여유를 잃기 때문이다. 악순환에 빠진 회사에 머무르는 직원은 자연스레 회사의 분위기에 물든다. 본인이 이런 상황에 있다면, 당장의 금전적인 이득보다는 하루빨리 퇴사하는 게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임금을 받으며 정해진 시간(8h) 힘들게 일하는 건 괜찮지만, 여유가 없는 분위기에 휩쓸리면 하루(24h)가 힘들어질 수 있다. 사람은 분위기에 쉽게 물들고, 주변 환경에 상관없이 온전히 존재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오만이다. 돈을 버는 방법은 부자들과 어울리는 것이고, 행복해지는 방법은 행복한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다.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가 당장의 금전적인 이득보다 클지 모른다.


여기까지 존잼 스타트업 스토리의 네 번째 이야기, 권고사직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미정입니다. 15인 이하는 아니지만 여전히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으니 언젠가 또 새로운 주제가 떠오를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계속됩니다.



 cf. coffee chat : brunch 작가 프로필 -> 제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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