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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알 Jul 27. 2022

우리의 여름은 왜 추워야 하는가

에너지 전환에 관하여

  이 글을 읽는 당신. 당신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무엇인가? 나는 오래전부터 에너지 전환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에너지 전환을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주제가 바로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요금 인상’ 문제이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 일어나면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거라고!” 옳은 말이다. 그렇지만 옳다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잠시 테스트를 빙자한 생각해보기 시간을 가져보자.


숨 막히는 더위가 찾아왔다. 그렇지만 시험은 날씨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방에서는 도저히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당신은 주변 환경을 바꿀 계획을 하게 되는데⋯⋯. 당신은 과연 어디로 갈까?


A. 집 근처 카페

B. 도서관

C. 친구 집


도서관은 뭔가 책장 넘기는 소리를 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친구 집에 가면 당연히 공부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같은 몇 분의 고민 끝에, 결국 적당히 소란스럽고, 적당히 집중할 수 있는 카페밖에 선택지가 남지 않는다.

집 근처 카페를 선택한 당신. 외출을 위해 가방을 챙기기 시작하는데⋯⋯. 카페에 가지고 갈 물건을 선택해보자.


A. 각종 전자기기 (노트북, 태블릿 PC, 스마트폰)

B. 책과 필통

C. 텀블러

D. 겉옷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스마트폰은 필수. 책도 혹시 모르니 일단 챙겨는 가보자. 텀블러도 요즘 일회용품 보증금제다 뭐다 말이 많던데, 지금부터 챙기면 나중에 편하겠지? 할인되는 매장도 있고 말이야. 마지막으로 추울 때를 대비해서 겉옷을 챙기면 끝! 저번 주에 샀던 가디건을 마지막으로 에코백에 집어넣고 현관을 나ㅅ...


잠깐. 당신 방금 마지막으로 에코백에 넣은 것이 무엇인가? 겉옷? 지금은 한여름이고, 당신은 더운 집을 떠나 공부하러 가고자 한다. 그런데 추울 때를 대비해서 겉옷을 챙긴다는 말에서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는가?

에어컨을 잘 사용하지 않는 나는 여름에 실내에 들어갈 때마다 한기를 느낀다. 마치 갑작스레 한겨울로 계절이 바뀐 듯 수족냉증이 도져 손에 입김을 불고 겉옷을 걸친다.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이 겉옷을 걸치고 있다. 직원분께 매번 냉방을 줄여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지친다. 우리는 왜 여름에 추위를 느껴야 하는가?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에너지 전환은 기존의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 등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으로 변화하는, 에너지원의 전환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 산업과 경제구조, 에너지 가격과 정부 정책, 사용자들의 인식과 소비 행태와 같은 사회의 전반적인 전환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에너지 전환을 크게 수요관리와 에너지원의 변환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사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접할 기회가 많았을 것이다. 따라서 수요관리를 좀 더 중점적으로 살펴보자.

수요관리는 다시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기술력을 높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과 가격신호를 보내는 방법. 그러나 기술 개발을 통한 에너지 효율 향상은 우리 수준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기 힘들다. (물론 당신이 전공자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따라서 나는 가격신호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격신호’란 시장에서 소비자의 자율적 판단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시장 구조가 형성되도록 하여 재화의 가격을 정책적으로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에너지 세제 개편, 1차 에너지원과 전기의 상대 가격 조정,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 가격 조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격신호를 통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사고 발생에 대한 위험 비용처럼 기존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비용을 가격에 포함시켜, 시장이나 소비자가 스스로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 이론상으로는 완벽한 방안이지만 이를 실행하려면 사회적 합의와 산업을 포함한 시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한계점이 있다.

여기에서 처음에 제시했던 불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 일어나면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거라고!” 옳은 말이다. 그렇지만 옳다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에너지원 전환’과 동시에 가격신호를 통한 수요관리가 시작되었다. 가격은 올랐고, 요금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수요를 줄이면 된다. 환한 대낮에 방의 전등과 스탠드를 모두 켜놓아야 하는가? 충전기를 연결한 노트북, 태블릿 PC, 스마트폰을 화면이 켜진 채로 방치하는 행위를 하는 이유가 있는가? 여름에 한기를 느낄 정도의 냉방이 필요한가? 단순히 에너지 전환 반대를 외치기보다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과연 올바르게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가?

2015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지속가능한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중 7번째 목표를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다. ‘Ensure access to affordable, reliable, sustainable and modern energy for all.’ 나는 여기서 ‘affordable’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Affordable. ‘알맞은, 적당한,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단어이다. 이것은 에너지를 사용함에 있어 소외받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에너지를 소비함에 있어, 단순히 싼 가격이 아니라 지불할 수 있는 알맞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에 적당한 가격을 감당하고, 에너지 절약을 실천함으로써 에너지 사용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 글은 2022년 1학기 씨알 스터디팀인 용문신팀이 활동을 마무리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참고문헌

임춘택 외 6, 『에너지로 바꾸는 세상』,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2019.


「7 Affordable and clean energy」, 『United Nations』, <https://www.un.org/en/chronicle/article/goal-7-ensure-access-affordable-reliable-sustainable-and-modern-energy-all#>, 검색일 :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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