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1 공부 버릇 여든까지 간다.

열망이 습관을 만든다.

by 한성범

저는 35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왔습니다. 한 학교에서 8년 연속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유치원 입학부터 초등학교 졸업까지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아이들도 수백 명이 넘습니다. 그들 중에는 훌륭하게 잘 성장한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훌륭하게 잘 성장한 아이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연구자에 따라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요. 다만,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은 초등 1학년의 중요성을 말씀하십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초등학교 1학년 때의 공부, 생활 습관이 중․고등학교까지 이어집니다. 즉 초등학교 1학년 공부 버릇이 여든까지 가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초등학교 때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책을 좋아했던 아이들은 6학년이 되어서도 책을 좋아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배려심이 많았던 아이는 중학생이 되어서도 그렇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공부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던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그렇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요.


초등 1학년 교육이 정말 중요할까요? 제가 속한 연구회 선생님들과 토론을 벌였습니다. 연구회 선생님 대부분 동의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죠?” 선생님들의 이야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습관’이었습니다. 1학년 때 어떤 습관을 형성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달라진답니다. 1학년 때 만들어진 좋은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답니다.


이러한 초등학교 1학년의 중요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입니다. 요즘에는 선생님들의 희망을 받아 1학년 담임을 배정하지만, 예전에는 담임 희망서를 받긴 했는데, 1학년 담임만큼은 교장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배정하셨습니다. 그 학교에서 사명감, 가르침 등의 능력이 가장 뛰어나신 선생님들로 1학년 담임을 배정하셨습니다.


저도 2,000년대 초반 처음으로 1학년 담임을 해보았습니다. 4학년 담임을 희망했지만, 교장 선생님이 1학년으로 배정하셨습니다. 교장 선생님께 물었습니다. 이 학교에서 오래되었고, 4학년 담임의 자격이 충분한데 제가 왜 1학년 담임을 해야 하느냐고. 이날 교장 선생님이 들려주셨던 말씀이 지금도 귀에 생생합니다.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은 무척 중요한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초등 1학년 습관이 평생을 갑니다.”

열망이 습관을 만든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1학년에서 좋은 습관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경험이 오래되고 가르침에 탁월한 기술을 지닌 선생님을 만나면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을까요? 이 말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맞기도 하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습관은 반복 행동으로 형성됩니다. 백지와 같은 1학년 아이에게 반복 행동 요구는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예를 들어 1학년 담임이 그림책을 1학기 내내 반복해서 읽어주었습니다. 이것으로 아이의 책읽는 습관을 만들 수 있을까요?


엄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들의 신념 중 하나가 ‘꾸준함이 재능이 된다.’입니다. 이런 믿음으로 자녀에게 꾸준하게 책을 읽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과연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할까요?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습관에 대한 답은 ‘열렬히 바라는 마음’이 가지고 있습니다. 즉 열망입니다. 책 읽기를 열망하면 좋은 독서 습관이 형성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책을 멀리하게 됩니다.


‘열망’에 대해서 ‘습관의 힘’의 저자 찰스 두히그의 이론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찰스 두히그는 신호-반복-보상에 의하여 습관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합니다. 먼저 신호를 알아보겠습니다. 신호는 우리 뇌가 자동 모드에서 어떤 행동을 하라는 명령입니다. 양치질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아래쪽 어금니에서 양치질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입술 앞쪽에서부터 시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둘 다 자동 모드에서 이루어집니다.


다음은 반복 행동입니다. 반복 행동은 몸의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감정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양치질은 몸의 반복된 행동이고, 남편이 술 먹고 귀가했을 때 매번 화를 내는 것은 감정의 반복 현상입니다. 습관의 마지막 단계는 보상입니다. 보상은 이 특정 행동을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찰스 두히그는 이러한 신호-반복-보상을 ‘습관의 고리’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열망은 습관 뒤에 숨어있다.


찰스 두히그는 습관의 고리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열망’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열망은 모든 습관 뒤에 숨어서 습관이 잘 동작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자동차로 말하면 윤활유이겠지요. 윤활유가 없으면 자동차를 움직일 수 없듯이, 열망이 없으면 습관은 잘 작동되지 않습니다.


흡연으로 예를 들어 볼까요? 흡연자가 담배를 계속 피우게 되는 이유는 담배 맛에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면 안정감이라는 맛을 느끼게 됩니다. 담배를 피우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가 주는 안정감이라는 맛이 또 피우고 싶다는 바람을 만들어 냅니다. 책도 그렇습니다. 책을 읽는 행위가 담배처럼 어떤 맛이 있어야 습관이 됩니다. 책을 읽었을 때 담배처럼 안정감을 준다든지, 아니면 양치질처럼 청결감을 주어야 독서 습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 내가 해냈다’가 배움의 ‘열망’을 만듭니다.

‘아! 내가 해냈다’가 배움 습관의 결정적 요소


결국 좋은 습관 형성의 비밀은 열망이 가지고 있습니다. 1학년 담임을 오랫동안 하다 보면 경험적으로 아이들 열망의 문을 조금씩 열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이전 장에서 말씀드린 ‘아! 내가 해냈다’입니다. 양치질을 하면 청결감, 담배를 피우면 안정감을 주듯이 ‘아! 내가 해냈다’라는 느낌은 성취감을 줍니다. 이 성취감이 쌓이면 열망으로 이어져 독서광을 만들고, 배움이 성장하는 아이를 만듭니다. ‘아! 내가 해냈다’가 배움 ‘열망’의 에너지입니다. 배움 습관을 만들기 위한 결정적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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