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이 재능이 되려면

by 한성범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갖고 있는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꾸준함이 재능이 된다.’라는 문장입니다. 당신은 이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랫동안 학교에 있다 보니 ‘꾸준함’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꾸준히 책을 읽는 아이들, 꾸준히 일기를 쓰는 아이들, 꾸준히 예습 복습을 하는 아이들, 꾸준히 인사를 잘하는 아이들, 꾸준히 배려를 잘하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만나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실감 나지요.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꾸준함이 재능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꾸준함이 돋보이는 아이였는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전혀 다른 모습의 아이로 변합니다. 초등학교에서 꾸준한 아이가 중․고등학교를 가면 배움에서 도주하는 아이로 변하기도 합니다. 그런 아이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말 착한 아이였는데 3학년이 되면서 변했어요. 사춘기일까요?” 초등학교 중학년이 되면서 이런 상담을 하는 학부모를 많이 만납니다. 책도 잘 읽고, 공부도 잘했는데, 3학년이 되더니 아이가 달라졌답니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게임만 한답니다. 이런 상담은 부담 백배입니다. 정형외과 의사는 MRI로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판독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아이들의 마음이 투명하거나 MRI로 찍을 수만 있다면, 해결 방법도 쉽겠지요.


학부모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그것의 실마리는 감정에서 찾아보아야 합니다. 3학년에 올라와서 책과 담을 쌓았다면 분명 책을 대하는 감정에 그 실마리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책 읽기에서 즐거움을 맛보지 못했다면 책이 싫어지겠지요. 제가 고등학교 시절 수학을 싫어했던 이유와 똑같습니다. 책에 대한 불쾌감이 쌓이면 고통이 됩니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책을 멀리하는 것입니다.


감정도 ‘항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항상성은 몸이 알아서 균형을 잡아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날씨가 추워지면 몸이 저절로 열을 내주고, 날씨가 더워지면 땀을 흘려 체온을 식힙니다. 감정도 그렇지요. 고통스러운 감정이 계속 쌓이기만 하면 항상성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일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모든 배움으로부터 도주도 항상성과 관계가 깊습니다.



꾸준함이 재능이 되려면

배움 성공 회로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제 ‘꾸준함이 재능이 된다’라는 우리들의 신념에 대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공부, 독서, 운동 등 모든 배움에서 재능이 되려면 꾸준함이 필요합니다. 다만 그 꾸준함의 친구는 코르티솔이 아니라 엔도르핀이 되어야 합니다. 엔도르핀의 성취감은 도파민을 부르고, 도파민은 성취감을 다시 맛보고 싶다는 갈망을 만들게 됩니다. 이 갈망이 특정 배움에 대한 반복을 만들며 재능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배움 성공의 회로’라고 부릅니다.

배움 성공 회로.png 배움 성공 회로

위 배움의 성공 회로에 독서를 대입하여 볼까요? 자녀가 책을 읽다가 성취감, 즉 쾌감을 느끼게 되면 엔도르핀, 도파민 등이 분비됩니다. 뇌는 이 쾌감을 잊지 못하지요. 다시 책을 읽고 싶습니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책만 보아도 도파민이 속삭입니다. “빨리 책을 펴렴” 아이는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책을 꾸준히 읽는 아이, 자신의 재능을 펼치는 아이로 성장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책을 펼쳤습니다. 엄마 눈치를 보면서 억지로 책을 읽겠지요. 이때 아이의 뇌에서는 코르티솔이 분비됩니다.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책을 또 읽으라고 합니다. 눈으로 책은 보고 있지만, 머릿속은 놀 생각으로 요동칩니다. 책만 보면 고통입니다. 이 감정이 반복되다 보면 배움에서 도주라는 ‘배움 실패 회로’가 만들어집니다. 시기는 아이마다 다르지만 대개 초등학교 3학년 정도에서 시작합니다. 저는 이것을 ‘배움의 도주 회로’라고 부릅니다.

배움 도주 회로.png 배움 도주 회로

우리의 뇌는 반복적인 행동과 경험을 통해 특정 패턴을 만듭니다. 이 패턴이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합니다. 배움에서 성취감을 통해 쾌감을 맛보게 되면 더 배우려는 패턴이 만들어지고, 실패감이 쌓이게 되면 배움에서 도주하려는 패턴이 되겠지요. 이런 이유로 모든 배움에서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성취감’입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배움에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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