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도 콩 심은 데 콩 날까?

by 한성범

이전 글에서 성취감이 도파민의 멜로디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일단 배움에서 성취감을 한번 맛보게 되면 그 성취감을 다시 맛보기 위해 우리 뇌에서 도파민 멜로디가 울려 퍼진다는 내용입니다. 오늘은 도파민과 엔도르핀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수학에서 성취감을 맛보려면

양이 아니라 질로 공부해야 합니다.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테니스 경기에서 이겼을 때 뇌와 몸에 분비되는 대표적인 화학 물질이 엔도르핀입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이죠. 카이스트에서 수학을 전공하는 제자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수학 1문제를 풀기 위하여 밤샘을 한답니다. 어떤 문제는 3~4일 걸린다고도 했습니다. “힘들겠구나.” “아니에요. 정말 재미있어요.” 재미있다는 말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를 풀 때는 고통스럽지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희열을 맛본다고 합니다.


제자 말을 듣다 보니 고등학교 때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수학을 아주 잘했던 친구입니다. 수학 성적이 낮았던 나는 그 친구가 1호 부러움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 친구의 수학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나와는 공부 방법이 달랐습니다. 내가 ‘양’으로 수학을 공부했다면, 그 친구는 ‘질’로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여러 권의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문제를 많이 풀다 보면 성적도 오르리라 생각했습니다. 많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 가끔 힌트도 보았습니다. 잘 풀리지 않으면 해답지의 힌트를 보고 문제를 빨리 풀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달랐습니다. 문제가 풀리지 않아도 힌트를 절대 보지 않았습니다. 카이스트 제자처럼 문제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는 수학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고, 그 친구는 수학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의대에 합격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친구는 뇌가 성취감을 느끼는 공부 방법을 택하였고,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뇌가 성취감을 느꼈을 때 분비되는 대표적인 화학 물질은 엔도르핀입니다. 저는 어떨까요? 아마 화학 물질로 따진다면 스트레스를 분비하는 코르티솔을 맛보았겠지요. 이것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학공부.png


수학에서 성취감(엔도르핀)을 맛보게 되면

도파민 멜로디가 울려 퍼집니다. 이것이 수학 공부를 잘하게 되는 비결입니다.


수학에서 일단 성취감(엔도르핀)을 맛보게 되면 도파민 멜로디가 뇌에서 울려 퍼집니다. 수학 공부를 다시 하고 싶다고 나를 꼬드깁니다. 나는 다시 수학 문제집을 펴게 되고 수학 공부를 다시 시작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수학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게 되고, 결국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되겠지요. 수학뿐만이 아니라 독서, 운동, 음악, 미술 등 모든 배움 활동은 이런 과정을 통하여 성장합니다.


이런 배움 과정은 술 중독과 비슷합니다. 술을 먹었을 때 쾌감(엔도르핀)을 뇌는 잊지 못합니다. 술을 먹었을 때 들뜸, 흥분 등의 감정을 뇌는 매우 좋아합니다. 다시 술을 먹으라고 뇌가 꼬드기기 시작합니다. 몸에서는 술에 대한 도파민 멜로디가 울려 퍼지고 다시 술을 찾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술 중독자가 되겠지요. 술이나 배움이나 원리는 같다고 보아야 합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배움도 비슷합니다. 친구의 수학 공부처럼 뇌가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공부 방법은 엔도르핀, 도파민 작용으로 배움을 즐겁게 만들고 배움을 성장하게 합니다. 반면 저의 수학 공부처럼 성취감을 맛보지 못하면 배움에서 도주하게 합니다. 배움에서 콩(성취감)을 심으면 반드시 콩(배움 성장)이 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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