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로 질문하면 ‘싫어’가 태어납니다.

by 한성범

어느 학부모께서 “학교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언제입니까”라고 질문하셨습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는 시간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아이들은 언제 눈동자가 반짝일까요? 몽골사막의 별을 닮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선생님의 멋진 질문을 만나는 순간입니다. 호흡이 멎었는지 교실은 고요한 밤바다입니다. 모든 눈동자는 생각의 바다에서 항해 중입니다. 교사가 되기를 참 잘했다는 울림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순간입니다.


질문을 하면서 신기한 점도 발견합니다. 아이들은 ‘Why’를 싫어합니다. 아래의 예시를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1> 수학 시간이 왜 어려웠을까?

<질문 2> 수학 시간에 무엇이 어려웠을까?


사실 위 질문의 내용은 똑같습니다. 아이들이 수학 시간에 어려웠던 점을 알아보려는 것입니다. 같은 질문인데 아이들은 두 번째 방법을 좋아합니다. 질문을 연구한 학자, 자기 계발서 등에서는 ‘Why’를 많이 던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 이번 달 매출은 떨어졌을까?’, ‘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을까?’ 등 끊임없이 던지는 ‘왜’라는 질문에서 변화와 혁신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교육학자들도 그렇지요. 아이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 하늘은 파랄까?, 왜 나뭇잎은 녹색일까?’처럼 자명한 사실들에 대해서 ‘왜’라는 의문을 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두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Why’를 싫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많은 학부모를 만나다 보니 그 이유를 대강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정서적인 문제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집에서 듣는 말 중에 그 대답이 들어있었습니다.


․ 넌 왜 맨날 그 모양이니?

․ 넌 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딴짓만 하니?

․ 넌 왜 쓸데없는 질문만 하니?

․ 넌 왜 미운 짓만 골라서 하니?

․ 넌 왜 책은 안 읽니?


위의 내용은 “부모님에게 듣는 ‘왜’라는 질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라는 물음에 3학년 친구들이 답한 내용입니다. 공부, 독서 등과 관련해서 긍정적인 표현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표현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학교 선생님도 그렇지요. ‘넌 왜 친구를 때리고 그러니, 넌 왜 줄을 맞추지 않니, 넌 왜 큰 소리로 말하니, 넌 왜 복도에서 뛰니’ 등 ‘왜’와 관련해서 부정적인 표현을 많이 듣게 됩니다.


물론 ‘왜’라는 질문을 들으면 저도 머리가 아픕니다. “왜 날마다 술만 먹어요.”라는 아내의 말에 화가 납니다. 맞는 말이지만 정서적으로 불편합니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왜’를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가 없을 수도 있는데,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해서입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고, 그것이 ‘왜’를 싫어하는 이유가 되겠지요. 이런 뇌의 부담감을 생각하면 ‘Why’보다는 ‘What’으로 질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Why’를 심으면 ‘싫어’가 들썩이고

‘What’을 심으면 탐구심이라는 열매가 맺힙니다.


‘Why’를 ‘What’으로 바꾸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부정적 감정입니다. 아래 예시를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1> 넌 왜 맨날 그 모양이니?

<질문 2> 너를 딴짓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넌 왜 맨날 그 모양이니?’에는 엄마의 부정적 감정이 많이 섞여 있지만, ‘너를 딴짓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니?’라는 질문은 감정의 중립상태입니다. 냉정하게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행동을 수정하면 좋겠다는 엄마의 부탁이 담겨있습니다. ‘Why’가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 중심의 질문이라면, ‘What’은 전전두엽 중심의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질문이라는 것은 아이 마음 정원에 씨앗 심기입니다. 포도라는 씨앗을 정원에 뿌리면 포도나무가 태어납니다. 질문도 그렇습니다. ‘넌 왜 맨날 그 모양이니?’라는 질문의 씨앗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꿈틀거립니다. 공부, 학교가 ‘싫어’라는 감정이 태어납니다. 반면 ‘너를 딴짓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니?’라는 질문을 뿌리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납니다. 행동을 고치고 싶다는 긍정적 감정이 태어납니다.


아래의 질문을 보기처럼 고쳐볼까요? ‘Why’ 대신 ‘What’을 넣어 질문을 만들어 보세요.

<보기>
넌 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딴짓만 하니? ⇒ 공부가 하기 싫은 이유는 무엇이니?
넌 왜 쓸데없는 질문만 하니? ⇒
넌 왜 미운 짓만 골라서 하니? ⇒
넌 왜 책은 안 읽니? ⇒

질문은 아이 마음 정원에 씨를 뿌리는 행위입니다. ‘넌 왜 맨날 그 모양이니?’라는 질문은 부정적 감정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입니다. 당연히 아이 입에서는 ‘싫어’가 나타나고 배움에서 도주합니다. 아이 행동을 꾸중하고 싶다면 ‘What’으로 질문하세요. 예를 들어 “딴짓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질문하면 같은 말이지만 결과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부모의 지혜이고 역할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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