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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Aug 27. 2018

가을의 소망

가을의 소망    


태풍 하면 우리들 마음속에 두려움, 안타까움으로 가득하지만, 이번 솔릭은 매일 열대야와 힘든 싸움을 벌였던 지난여름을 추억의 한 장면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솔릭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동안 들려주지 않았던 빗소리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 빗소리가 처음에는 너무 낯설었습니다. 아마 너무 오랜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 빗소리에 놀랐는지 시들어가던 학교 숲 생명에서도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곧 예쁜 가을 색으로 우리들에게 자연의 감동을 이야기해주겠지요.    


아이들의 방학으로 오랜만에 가족의 멋진 시간과 추억도 만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보다는 학부모님이 개학을 손꼽아 기다렸을 것입니다. 매일 놀기만 하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그대로 두어도 되는지 걱정도 많았으며, 정리되지 않은 아이 방을 치우면서 화가 나서 아이와 큰소리로 전쟁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아이가 잠이 들면 미안한 마음에 아이의 볼을 쓰다듬으려 좀 더 너그러운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했겠지요. 그러면서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어서 행복한 가족을 만들자고 다짐 또 다짐을 했겠지요.    


이제 아이들이 학교에 왔습니다. 텅 비었던 운동장에 아이들의 함성으로 가득하겠지요. 가끔은 친구들과 싸우기도 할 것이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단풍잎을 주워서 예쁘게 간직하기도 하겠지요. 선생님에게 꾸중도 들을 것이고, 토요일 날 독서 몰입 교실에 참여하여 책도 열심히 읽을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 아이들은 예쁘게 성장해가겠지요. 무더위에 지쳤던 나무들이 어제, 오늘 내린 비로 생명의 에너지가 넘쳐나듯 우리 아이들도 외로움, 힘듦을 조금씩 이겨내면서 홀로서기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을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면 세상에 나쁜 아이는 한 명도 없습니다. 오직 나쁜 어른만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교문에서 알록달록 우산을 들고 예쁘게 인사합니다. 그들의 눈동자 속에 들어있는 마음 풍경을 읽어봅니다. 어느 아이나 ‘좀 더 친절하고, 배움이 잘 일어나도록 도와주세요.’라고 써져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소망을 잘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 좋은 어른입니다. 부모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좋은 부모가 된다는 건 참 힘든 일입니다. 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힘듦, 고단 함이라는 밀물이 들어오지만, 이겨내고 그 자리에 아이들의 예쁜 목소리, 환한 얼굴 표정이 대신해야 합니다.    


우리들이 아이들 마음을 읽고 그들의 마음에서 배움이 일어나게 한다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영혼이 순수한 열정으로 넘쳐나서 그 향기가 퍼지기 시작하면 아이들 스스로 마음을 보여주고, 그들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옵니다. 거기에서 가르침과 배움은 시작되고 완성됩니다. 누구나 부모가 될 수 있고, 가르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부모, 좋은 선생님이 된다는 것은 거친 모래바람을 뚫고 걸어가야 하는 사막 길과 같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마음의 평화, 기쁨, 행복을 줄 수 있는 방법은 그 길 뿐입니다. 힘들지만 그 아름다운 길에 우리 월계 모든 가족을 초대합니다. 제가 먼저 걸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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