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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Oct 14. 2018

감정은 왜 존재할까?

저에게 있어 영화 ‘안시성’은 거대한 전투 장면이나 스토리보다 병사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적과 싸울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에 대한 감정 관찰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 감정 관찰에 대한 잠정적인 결론은 병사들의 마음에 가족을 사랑하는 뜨거운 감정이 본능적으로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당의 20만 대군이 성문 앞에 도달했을 때 병사들은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두려움, 공포감에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양만춘 장군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자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려움은 적에 대한 분노로, 공포는 가족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용기로 바꾸어지게 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안시성 병사들이 당의 대군을 보면서 느끼는 공포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공포는 무엇일까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요즘 산에 가면 출렁다리를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출렁다리를 만드는 것은 이해하나 저는 등산을 하다가 출렁다리를 만나면 참으로 난감합니다. 이런 경우 보통 저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 우회하거나 포기해버립니다. 한 번은 출렁다리를 건너기 위해 계곡 아래는 쳐다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건넜는데 얼마나 다리가 떨렸는지 모릅니다. 아마 내가 가지고 있는 공포는 우리 조상들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사나운 동물을 피하기 위하여 높은 나무에 올라가서 살아야 했고, 절벽에 있는 과일을 따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무 위에서 떨어져 동물에게 잡아먹히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절벽에서 과일을 따다가 떨어져 죽는 사람도 생겼겠지요.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먼 조상들에게는 높은 곳에 올라가면 위험하다는 공포라는 감정이 만들어졌고, 그 감정 유전자가 많이 남아있는 사람도 있고, 적게 남아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마 저는 높은 곳에 올라가면 위험하다는 공포 유전자가 많이 남아 있는 사람이겠지요.  

  

하지만 출렁다리 가운데에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저의 사랑하는 아이들이 출렁다리 한가운데서 건너지 못하고 울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상상해봅니다. 나는 출렁다리의 공포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려 할까요?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출렁다리 가운데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데려오라 할까요? 아마 사랑하는 나의 아이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공포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출렁다리를 달려가고 있을 것입니다. 출렁다리 가운데에서 울고 있는 사랑하는 아이를 품 안에 안고 달래면서 안전하게 다리를 건너겠지요.          

  

이렇게 보면 감정이란 것들은 인류의 먼 조상들이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발달하였습니다. 그 감정들이 오늘의 인류에게도 유전에 유전을 통하여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류의 먼 조상들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있어야 나와 가족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의 먹이를 구하기 위하여 깊은 산속에 들어갔을 때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없어서 조심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몸집이 큰 짐승에게 생명을 잃었을 것입니다. 지금도 깊은 산속에 혼자 들어가면 손에 땀이 나면서 긴장이 되면서 호흡이 빨라지는 이유는 먼 조상이 가지고 있었던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내 몸과 마음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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